"하나님의 사랑, 가족 죽인 원수까지도 용서하게 해"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르완다 대학살 생존자, 기독교 사역자로 변화돼
알렉스가 20년 전 자신의 가족을 죽인 사람을 만나 용서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Operation Christmas Child.

20년 전 르완다 대학살의 생존자인 한 청년이 기독교 사역단체를 통해서 고통의 기억을 치유받고 적까지도 품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크리스천포스트는 최근 르완다 투치 부족 출신의 알렉스 은셍지마나(Alex Nsengimana)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의 은혜의 이야기를 나눴다.

1994년 르완다에서는 후투족이 이끄는 정부에 의해서 투치족과 후투족 온건파 등을 포함한 80만 명이 대량으로 학살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알렉스는 이 대학살에서 목숨을 잃지 않고 생존했지만, 가족을 잃은 비극적인 기억을 안고 있다.

그러나 그는 대학살 생존자들을 위한 치유사역을 벌여 온 기독교 사역 '오퍼레이션 크리스마스 차일드(Operation Christmas Child)'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이 아픔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간증했다. 이 사역은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이끌고 있는 기독교 구호단체 사마리아인의지갑(Samaritan's Purse)의 해외 사역 프로그램으로, 1993년부터 전 세계 100개 국가의 어린이들에게 선물이 담긴 상자를 전해주는 사역을 펼치고 있다.

알렉스는 대학살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며 "그 기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이 모든 것을 떨쳐낼 수 있었던 건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평강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알렉스는 아버지를 단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으며, 네 살이 되었던 때 어머니를 에이즈로 인해서 잃었다. 이후 그는 형제들과 더불어 할머니와 삼촌과 함께 살았다. 그러나 그가 다섯 살이 된 이듬해에 대학살이 일어났고, 집에 들이닥친 군인들은 그의 눈 앞에서 할머니와 삼촌을 살해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알렉스는 형제들과 집에서 도망쳐나와서 오랜 시간을 숲속에서 숨어 살다가 고아원에 가게 됐다. 그곳에서 그는 처음으로 오퍼레이션 크리스마스 차일드의 사역자를 만났다. 알렉스 역시 선물 상자를 받았고, 이는 그에게 처음으로 '희망'을 느끼게 했다.

알렉스는 이제 오퍼레이션 크리스마스 차일드의 사역자로서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헌신하길 원한다. ⓒOperation Christmas Child.

1년 뒤에 알렉스는 사역팀의 찬양팀원으로 르완다 밖의 나라들을 여행하게 됐고, 영어와 성경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6개월 가량을 보냈으며 2003년에는 미네소타 주의 한 가족과 결연 관계를 맺게 됐다. 이 가족은 그가 미국에서 신학 공부를 할 수 있게끔 지원해줬고, 2004년 알렉스는 미네소타 바이블 칼리지의 과정을 모두 수료했다.

알렉스는 "내게 그것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나는 가족들 속에 있었고, 사랑과 관대함 속에, 그리고 공동체 가운데 속해 있었다. 그것은 엄청난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알렉스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점차 기독교 신앙을 성장시켜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르완다에서 자신의 가족들을 죽인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였다.

그러나 알렉스는 사역에 동참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은혜를 경험하면서 자신에게 변화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내가 찬양팀과 함께 여행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내가 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그들은 내가 분노와 증오의 굴레 속에 살아가고 있는 걸 알았어요. 내가 예수님을 정말 알게 된 것은 우간다에서 영어를 배우고 성경을 읽게 되었을 때였어요. 나는 하나님께서 내 인생에 계획을 갖고 계시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고,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렉스는 "하나님께서 내 가족들을 죽인 이들까지 사랑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힘들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을 그들을 미워해 왔기 때문이었다.

지난 해 알렉스는 오퍼레이션 크리스마스 차일드의 사역자로 섬기기 위한 인턴십 과정을 시작했고, 어린이들에게 줄 선물 상자를 가지고 르완다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삼촌을 죽인 후투족 사람과 일대일로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감옥에 있었다.

알렉스는 "처음에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자신이 뭘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그를 위해 기도해줬다. 나는 그의 마음에 희망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드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열어주신 기적이었다. 나는 그에게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 나는 그에게 그리스도께서 그를 위해 죽으셨고, 나를 사랑하시는 만큼 그를 사랑한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알렉스는 대학살 20주년을 맞은 르완다에서는 많은 치유와 화해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아마 르완다가 아직 안전하지 못하고 대학살 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위해 하신 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하나님께서는 이 나라에 자유와 경제적 성장을 가져다주셨고, 또한 죽인 자와 죽임 당한 자들 간의 화해를 가져다주셨다"고 전했다.

알렉스는 앞으로 르완다에서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그리스도의 사랑 속에서 성장시키는 일에 헌신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오퍼레이션 크리스마스 차일드의 사역을 소개하며, "모든 선물 상자는 복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와 같다. 한 상자를 한 어린이에게 전하는 것은 그 아이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일과 같다"고 강조했다.

#르완다대학살 #치유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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