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에 대한 제재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대금 변상요구에 이어 이번에는 유럽으로 향하는 자국산 원유의 아시아로의 공급을 언급했다. 거기에 우크라이나 동부를 중심으로 친러시아 분자들이 정부청사를 장악하고 있어 제2의 크림반도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은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6일(현지시각) 미국 CNBC의 보도를 보면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 가스프롬의 계열사인 가스프롬 네프트가 러시아산 원유의 아시아 공급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알렉산더 듀코프 가스프롬 네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서방의 서방 제재로 아직 가스프롬 네프트에 피해는 없었다"면서도 "우리는 달러에서 벗어나 원유를 아시아 쪽으로 돌릴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가스프롬 네프트는 경제 제재로 서방과의 무역선이 막힌 것을 가정해 자국에 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달러 의존도를 낮출 것임을 밝혔으며 이 과정에서 자국산 원유의 아시아 수출을 함께 언급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 비중을 보면 75%가 유럽으로 향하고 있고, 아시아 비중은 15%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가스프롬 네프트社는 거래처 중 95%가 거래 화폐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꿀 준비가 됐다고 밝히며 경제 제재 중에도 "불가능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듀코프 최고경영자가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정부청사가 친러분자들에게 장악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원치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제2의 크림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러시아 국영 이타르타스통신은 지난 3월 말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 친러시아 시위대가 지방정부 건물을 장악했다. 도네츠크에서는 1천500여 명의 시위대가 각목과 돌을 들고 지방청사 건물에 난입해 청사건물 난간에 '도네츠크 공화국'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고 러시아 편입을 주장하면서 '국민투표 시행'를 외쳤다. 러시아 국경과 30km 떨어진 북동부 루한스크에서도 수백 명의 시위대는 치안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건물을 에워싸고 옥상으로 올라가 러시아 국기를 흔들었다. 시위대는 경찰에 돌을 던졌고, 경찰도 연막탄과 소이탄을 발사하며 대치 중이다. 두 지역 외에도 하르키우 지역에서도 친러시아 시위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사태 진화에 나섰다.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리투아니아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치안 유지를 위한 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미국은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당혹해하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크림반도에 대해 제재만 가하는 미국에 절대 강자로서의 역할에 의구심을 품는 불안한 시선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