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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평창동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내가 본 한국의 종교와 문화>란 주제로 대화마당이 열렸다. ⓒ이지수 기자 |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종교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종교지도자들이 24일 평창동 대화문화아카데미에 모여 <내가 본 한국의 종교와 문화>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개신교, 가톨릭, 불교, 원불교, 이슬람의 지도자들은 한국의 종교문화에 호감을 표하기도 하고, 반대로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1988년 한국에 와 한국어가 유창한 이탈리아 출신의 강디에고 신부(꼰솔라따선교수도회, 가톨릭)는 한국의 종교들이 "겉으로는 서로 평화롭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깊이 보면 그렇게 평화로운 것도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간 대화를 할 때도, 종교 지도자들이 서로 미소를 나누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또 "종교 때문에 가족들끼리 갈등을 겪기도 한다"며 "며느리가 시댁의 종교에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제사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댁의 종교에 따라야 하거나, 제사문제로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립학교에서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종교의식에 참여해야 하는 것도 의아하게 느껴진다고.
한국인들이 종교에 대한 소속감이 작은 것 같다고도 피력했다. 그는 "많은 한국인들이 가톨릭에서 개신교로,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불교에서 가톨릭으로, 가톨릭에서 불교로 너무 쉽게 옮긴다. 가톨릭 수도자가 되려고 했던 사람이 개종한 경우도 봤다"며 "만약 이러한 개종이 진리에 대한 신념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것은 존경받을 만한 것이다. 하지만 결혼이나 일자리 때문에, 혹은 개인적인 처지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종교보다 '문화'가 우선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 신부의 이러한 지적에 터키 출신의 무슬림 장후세인씨(한국이슬람교중앙회 홍보담당)는 동감을 표하며 "이슬람을 한번 해보고(믿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종교는 한번 해보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출신의 원신영 원불교 예비교무는 "쉽게 개종이 가능하다는 것은 종교가 건강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반증"이라며 개종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이날 행사는 여해 강원용(1917~2006) 목사가 1965년 설립한 대화운동기관 '대화문화아카데미'가 다문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종교문화를 외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평화로운 종교 공존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