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악명 높은 신성모독법이 다시금 국제사회의 비판대에 올랐다. 최근 현지 야당이 신성모독법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인데 이어 국제 인권단체들 역시 신성모독법 철페를 촉구하고 나섰다.
파키스탄 야당들은 지난 주말 27세의 사완 마시가 신성모독법에 의해서 종신형과 20만 루피(한화 약 24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데 대한 부당함을 제기하며 시위를 벌였다.
마시는 2011년 12월 이슬람 성직자에게 신성모독적 문자를 보낸 혐의로 체포됐는데, 마시를 기소한 검찰은 마시의 혐의를 입증할 어떤 증거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언론은 보도했다.
검찰은 마시가 기독교인 소녀와의 결혼 약속이 무산되자 소녀의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하여 신성모독적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마시가 사용했다는 휴대전화나 신성모독적 문자, 통신회사의 문자 발송 기록 등을 법정에 하나도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시의 변호사는 경찰이 마시를 체포한 후 고문을 하고 혐의를 자백하라고 강요했고 마시를 고발한 사람 역시 경찰로부터 마시를 고발하라고 강요 받았다고 주장했다.
마시를 고발한 사람은 법정에서의 초기 진술을 번복하며 자신은 신성모독적 문자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마시의 변호사에게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이 마시가 휴대전화를 구입했다고 주장하는 시각에 마시는 사무실에 있었던 사실이 동료 직원의 진술로 증명됐다.
이처럼 마시의 무죄를 증명할 여러 자료와 정황, 증거가 많은데도 판사는 마시에게 신성모독죄를 적용해 이번 판결을 내린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Amnesty), 리걸 에이드(Legal Aid) 등은 마시에 대한 판결을 "가짜 정의"라고 부르며, "마시의 재판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깊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마시의 혐의에 대한 증거는 불충분하며, 그는 지금 당장 자유의 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들은 또한 마시의 경우가 신성모독법으로 인한 유일한 피해 사례가 아니라며, "신성모독법으로 인한 많은 희생자들이 있으며 심지어 재판 과정이 끝나기도 전에 이들이 무슬림들에게 살해 당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적용에 대한 판단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점을 인권단체들을 지적해 왔다. 이들 단체들은 신성모독법이 기독교인 박해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며 그 철폐를 위해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파키스탄에서는 신성모독법에 대한 반대 역시 생명의 위협으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 예로 파키스탄 의회 내 유일한 기독교인 의원이었던 샤바즈 바티 의원이 신성모독법 철폐를 주장했다가 2011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서 암살당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