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전 칼럼] 삶의 체계로서의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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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개혁파신학연구소장)

기독교는 단지 인간이 바라는 것을 얻거나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신앙을 말하지 않는다. 만일 기독교 신앙을 말하면서 단지 인간의 소원을 성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종교를 말한다면 그것은 바른 기독교의 이해가 아니다.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의 창조에 있어서 목적과 질서의 원리, 그리고 존재 의미와 가치를 믿음으로 깨달아 그것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기독교 신앙은 요행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계시하신 성경을 통해서 깨닫고, 깨달은 것을 믿음으로 응답하여 구체적으로 사는 것이다. 따라서 삶속에 진정한 행복과 영원한 미래를 소망하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써 기독교 신앙을 말하면서 단지 미래적(死後) 구원만을 말한다면 기독교는 구원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문제를 동반하게 된다.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의 뜻 안에서 창조하신 목적으로 영원히 사는 것이다. 곧 현재는 영원한 시간에 있어서 현재인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적 구원은 동시에 현재적으로 확인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약속 안에서 영원히 현재를 사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요행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원한 뜻 안에서 그 뜻을 이루어가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기독교는 영원히 계신 하나님이 인간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물을 창조하셨고, 창조하신 목적과 함께 그 피조물이 존재하는 원리(질서)를 통해서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살도록 한 것을 믿기 때문이다. 즉 기독교 신앙은 만물이 존재하는 원리는 물론 인간의 존재 목적까지도 하나님이 창조를 통해서 부여하신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신앙은 종교의 목적까지도 인간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고 창조자이신 하나님에게서 찾기 때문에 신앙이 인간의 소원성취를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다. 더 크고 넓은 의미에서 인간의 삶과 신앙의 목적까지도 하나님의 영원하신 뜻 안에서 찾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창조하신 목적을 향해서 창조와 함께 주신 질서를 따라서 살아야 한다. 즉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의 창조목적과 섭리의 원리를 깨닫고 믿음으로 응답하는 것이 본질이다. 따라서 기독교는 단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신에게 잘 보이거나 종교적인 의식을 행함으로 만족하는 것을 신앙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기독교 신앙은 전적으로 하나님이 창조와 함께 피조물에게 주신 질서의 원리를 통해서 섭리하시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 신앙은 요행을 바라는 여지가 어디도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삶의 체계로서 기독교"(the christianity as the system of life)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기독교 신앙이고 모습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체험하고 확인하는 관계를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게 됨으로 구체적으로 영광을 돌리기를 기뻐하는 기회를 주셨다.

그럼에도 만일 기독교 신앙을 단지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신앙마저도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종교적 수단으로 여기게 되는 결과에 이르게 될 뿐이다. 이러한 수준의 기독교가 된다면 기독교는 생명이 없는 종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영원한 하나님의 뜻 안에 소망을 두고 그 뜻을 현재에서 이루어가는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을 일반적인 종교로 생각하면 주술적, 종교적 의식이 중심이 되는 종교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기독교는 요행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에 있어서 가지고 계셨던 영원한 뜻을 찾는 것이고, 그것을 믿음으로 깨달아서 구체적으로 응답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원하 약속 안에서 이루어 가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 과정을 인도하시고 필요에 따라서 도우신다. 이 과정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유지하는 것으로 힘과 용기와 지혜, 때로는 위로와 소망을 주신다. 그러한 의미에서 기독교 신앙은 운명을 말하거나 요행을 구하는 주술적 종교적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기독교 신앙은 철저하게 하나님이 창조하시는 과정에서 영원한 뜻을 피조물에게 부여하여 존재하도록 하시고, 그 피조물을 창조목적에 따라서 섭리하시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독교 신앙은 영원히 계신 하나님과 그 하나님의 영원한 뜻을 믿음으로 깨닫는 것이고, 그 뜻에다 자신의 존재의미와 목적과 일치시키도록 하는 것이고, 그 섭리의 원리를 깨달아 응답함으로 사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전적으로 창조에 있어서 영원하신 하나님의 뜻과 그 뜻을 스스로 섭리하시는 가운데 완성해 가시는 하나님과 동행하여 살아야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섭리하시는 은혜를 체험하면서 감격과 함께 믿음으로 응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이 기독교 신앙이고 진정한 기독교의 모습이다.

글ㅣ이종전 교수(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개혁파신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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