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희 박사, 고정관념 깨는 성경해석 제시

'이브에서 에스더까지 성서 속 그녀들'의 저자 유연희 박사 '북토크' 좌담회; 수사비평과 이데올로기 비평 적용, 여성주의 시각으로 성경 해석; 유연희 박사 "성경,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했어요"
'이브에서 에스더까지 성서 속 그녀들'의 저자 유연희 박사(왼쪽)와 이날 사회를 맡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목사(오른쪽)   ©이동윤 기자

'이브에서 에스더까지 성서 속 그녀들'의 저자 유연희 박사가 기존의 고정관념들을 깨뜨리는 새로운 방식의 성경 해석론을 소개했다.

31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 안병무 홀에서 열린 '북토크' 좌담회에서 유연희 박사는 수사비평과 이데올로기 비평을 적용해 여성주의 시각으로 성경을 읽으려고 시도했다. 기존의 성경 해석 방법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성경을 바라봤기에 충격적이며 다소 도발적이었다. 성경을 함부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기존의 관점에서는 거북할 수도 있다.

유연희 박사는 성경 해석에 있어 다양한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서구의 학계 동향을 전하며,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성경 해석 연구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박사는 여성의 시각으로 성서를 해석해온 그간의 연구사를 조명했다.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여성주의 성서 해석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깊이와 넓이에서 상당한 학문적 발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브에서 에스더까지 성서 속 그녀들'의 저자 유연희 박사가 초청돼 '북토크'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동윤 기자

그는 성서 해석에 있어 수많은 가능성과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성경을 대할 때 이 세상에 단 하나의 독자가 '나'"라며 "나만의 방식으로 성경을 해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경을 해석할 때 기존의 해석을 뛰어넘은 시도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성경을 해석할 때,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을 찾는다"며 "학자들은 '이렇게도 볼 수 있다'라는 표현을 쓰지 '이것이 정답이다'는 표현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교단이나 개교회가 아닌) 학문의 영역에서는 성서 연구와 방법이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유 박사는 "(하지만) 독자들이 다양한 성경해석들을 접하게 될 때, 무비판적으로 단순하게 수용할 수도 있다"면서 "상대방이 새로운 시각에서 성경을 해석했을 때 여과없는 수용보다는 비판적으로 읽고 수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수한 성경 해석 방법과 주장에 휘둘려서는 안 되기에, 비판적인 독자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박사는 시기, 해석, 방법론의 경향에 따라 여성신학의 연구사 전반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제1물결에서 여성해방운동의 요구에 부응해 시작된 성서해석이, 제2 물결에서 다양한 성서해석을 낳았다고 전했다. 또 제3의 물결에서 분야 간 연구 등 여러 방법론이 적용돼 발전했다고 말했다.

제1물결은 18세기 말 시작된 미 여성해방운동과 더불어 일어났다고 했다. 제2물결은 본격적인 학문적 성과를 낳았는데, 전 단계에 비해 비정치성을 띤다고 말했다. 제2물결에서는 주로 성서가 여성에게 우호적인 경전임을 보이고자 했는데, 개별 여성들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본문들을 연구했다고 전했다.

학자들은 하나님의 여성적 측면을 부각하는 증거를 찾았으며, 본문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발견하려고 했다. 제3의 물결은 성서에는 성서 저자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담겨있으며, 성서 여성의 역할이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를 묻는다고 했다.

유 박사는 여성의 시각에서 기존의 관점을 뛰어넘는 성서 연구를 하고 있다. 그의 해석론은 이데올로기적이며 사회비평적 관점이 많이 포함된다. 그러기에 자칫하면 성경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하지만 유 박사의 경우, 성경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잃지 않고 있었다.

그는 "일반 역사학자들은 성서를 대할 때 사료의 가치를 일점일획도 진지하게 여기는데, 정작 성서학자들은 어마어마하게 파헤치고 무례하게 군다. 그럴 때 예전에 담당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교수님은 '성서학자들은 성서를 파헤치고 하는데 성경은 결코 마르지 않는다. 관대하다. 성경은 항상 힘이 있고 속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기본적으로 성경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성경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어떤 렌즈를 들여다봐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특정 신앙의 색깔로 볼 때 그 색깔로 보려고 성경을 가리고 색깔을 입힌다"며 고정관념에서 탈피한다면 새로운 사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북토크'에서 소개된 책은 '이브에서 에스더까지 성서 속 그녀들'(유연희 지음, 삼인 펴냄)이다. 이 책은 남성에 의해 해석된 구약성서의 여성들을 분석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성서 속 여성의 삶은 시대와 지리, 문화, 경제, 사회, 정치와 같은 모든 면에서 현대 여성의 삶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고 상이하다. 그러한 간격에도 불구하고 성서 속 여성의 삶은 현대 여성, 특히 한국 여성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이 책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남성에 의해 쓰이고 남성에 의해 해석되어온 성서에 가려져 있던 여성들을 끄집어내 구약성서의 주인공으로 나서게 했다.

최초의 여성이자 인류의 대표, 이브부터 여러 민족의 어머니 사라, '셀 수 없이 많은 후손' 에돔의 여조상 하갈, 열두 지파의 어머니 레아, 라헬, 빌하, 실바, '주님께서 우리와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항변하는 미리암, 민족 갈등 속에서 생명을 지켜낸 브아와 십브라, 평화의 원칙을 지키고자 목숨을 걸고 나선 아벨 부인, 형제 살해를 막고 가정의 평화를 지킨 어머니, 리브가, 나발과 다윗 두 왕조, 두 남자, 두 세력의 경계에서 살아남은 아비가일, 국적과 종교적 편견을 넘어 성공한 글로벌 시민이 된 룻, 그릇된 왕명을 거부한 당찬 여성 와스디, 지적이고 정확한 정치적 판단으로 왕을 설득해낸 에스더... 등의 이야기를 책에서 접할 수 있다.

유연희 박사는 이 책에서 성서 안 여성들인 이브, 하갈, 아벨의 여인(아벨 부인), 아비가일, 에스더, 와스디, 세레스 등을 새롭게 해석했다. 시대 현실 속에서 그 당시 여성들의 활약상을 담았다. 저자는 여전히 한국교회의 여성들이 남성 중심적 문화에 잠겨 있다고 판단한다. 이 책을 통해 나타난 독창적인 성경해석은 한국교회 여성들이 지녀야 할 여성의 리더십에 관해서도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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