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 국가정보원 비밀요원과 협조자를 구속 기소했다.
간첩사건 변호인 측이 증거조작 의혹을 제기한 지 45일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31일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 비밀요원 김모(48·일명 김 사장) 과장과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를 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중국 현지에서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명의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를 위조해 국정원에 전달한 혐의를, 김 과장은 위조 문건을 진본인 것처럼 속여 검찰을 통해 법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5일과 19일 각각 구속한 김씨와 김 과장에게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모해증거위조 및 모해위조증거사용죄 등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과장은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허위공문서 행사 혐의도 추가됐다.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는 두 사람 모두 적용되지 않았다.
김씨가 위조한 싼허검사참 문서는 '출(出)-입(入)-입(入)-입(入)' 기록이 전산프로그램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라는 유우성(34)씨의 변호인측 정황설명서를 반박하는 것으로 검찰은 김 과장이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서에는 유씨 측이 법원에 제출한 상황설명서에 대해 '싼허변방검사참의 결재 없이 발급됐고 결재자의 인증을 받지 않았다', '작업인의 입력 착오로 유가강(유우성)이 입국통로로 출국을 하였기 때문에 출(出)과 입(入) 기록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황설명서는 합법적으로 작성된 자료가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중국 현지에서 입수한 싼허검사참 문서를 김 과장에게 전달했고, 김 과장은 중국 선양(瀋陽) 주재 한국총영사관 이인철 영사에게 허위 공증을 통한 가짜 영사확인서를 발급토록 요구했다.
김 과장은 검찰조사에서 "위조를 지시하거나 위조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씨는 "김 과장의 요청으로 중국에서 위조한 문서를 전달했고 국정원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상대로 대질신문을 벌였으며 협조자 김씨 진술의 신빙성에 무게를 두고 구체적인 정황증거와 물증을 토대로 이들이 공범 관계로서 증거조작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지난 5일 자살을 시도하기 전 남긴 유서에서 국정원의 월급을 받고 활동해왔고 문서 위조 대가로 금전을 지급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김 과장도 김씨에게 변호인이 제출한 상황설명서의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지 문의하고 '중국 측으로부터 발급받았다'며 김씨가 문서를 건네자 입수 대가를 지불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김 과장은 또 중국 허룽(和龍)시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 및 발급확인서 위조에도 개입한 의혹이 짙다.
검찰은 다른 국정원 직원들도 조직적인 증거조작에 관여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다만 이 영사와 권모(52·4급) 과장, 이모 대공수사처장(3급) 등은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거나 소극적으로 진술해 대공수사단장-대공수사국장-2차장 등 국정원 지휘부로 수사를 확대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은 아울러 간첩사건의 수사 및 공소유지를 맡은 담당 검사들에 대해서도 관련 조사를 끝내고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검사들을 사법처리하지 않는 대신 내부 감찰을 통해 징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찰은 김 과장 등을 기소한 후에도 수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마무리 수순이어서 이르면 이번 주 후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