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교인들은 점차 보수주의자도 진보주의자도 아닌 '반문화적' 세대의 특징을 나타내게 될 것이며, 이는 복음주의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미국 남침례교(SBC)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장인 러셀 무어(Russell Moore) 목사가 견해를 밝혔다.
무어 목사는 최근 열린 윤리와공공정책센터 페이스 앵글 포럼(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s Faith Angle Forum)에서 "요즈음의 젊은 복음주의 교인들은 기독교 우파의 스타일과 방법론을 거부하며 진보주의자가 되기를 택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들은 복음과 연관되어 있는 반문화적(counter-cultural) 메시지들을 수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이전 세대의 복음주의 교인들은 자신들을 "소수의 진보주의 엘리트들에 대항하는 도덕적 다수들"이라고 보았지만, 새로운 세대는 "세상 문화에 속하지 않는 낯설고 다른(freakish and strange) 존재들"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무어 목사는 "이는 이제 복음주의 교인들이 자신들이 미국의 다수라는 환상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변화는 복음과 교회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문화 전쟁이 정점에 이르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무어 목사는 이러한 환경 가운데서 복음주의 교인들은 새로운 정체성과 함께 새로운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본다. 그는 "과거에는 교회에 참여하는 것이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한 필수적 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교회에만 나가고 삶은 신앙과는 거리가 먼 '명목상의 기독교인'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세속화되어 가는 사회로 진입하면서 교회들은 진짜 복음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복음주의 교인들이 얻은 '반문화적' 정체성은 이들이 문화 전쟁에서 물러나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무어 목사는 강조했다. 그 예로 젊은 복음주의 교인들은 과거 세대처럼 특정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의 정치적 세력을 형성하는 일에는 덜 관여하지만, 보다 넓은 범위의 정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관심사는 생명과 결혼에서부터 인신매매, 고아 문제, 가정 폭력, 환경에까지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외부에서 보기에 새롭게 나타난 이 복음주의 교인들의 모습은 혼돈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무어 목사는 말했다. "이들은 문신이나 코걸이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그래서 이들을 보고 진보주의자라고 추측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이들은 신학적으로는 자신들의 부모나 조부모 세대에 가깝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들은 또한 과거 '구도자 친화적 운동(seeker sensitive movement)'의 시대에 유행했던 대중화된 기독교 메시지를 거절하고, 보다 진지하고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서 기독교 메시지가 다룰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이혼 문제이기도 하다.
무어 박사는 "새로운 복음주의 교인들은 자신들의 '다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기독교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더 고민해 볼 수 있게 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독교를 보다 평범한 것으로 만들어서 '상품성 있게'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며, "기독교가 세계의 종교가 된 것은 그리스도의 주장이 괴이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로마 시대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