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재판부가 공소장을 변경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검찰의 요청에 따라 결심공판을 연기했다.
28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 심리로 열린 유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재판부는 "이날 결심 공판을 진행하려 했지만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겠다는 마당에 이를 외면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기소권 행사는 검사의 재량권이고 공소장 변경을 결정한 이상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오늘 결심을 진행하고 3~4주 뒤 선고를 예정하고 있었는데 이 계획은 깨뜨리고 싶지 않다"며 "검찰에 한 차례 기회를 주되 공소장 변경 여부와 상관없이 2주 뒤 결심 공판을 진행하고 그 다음 2주 뒤에 선고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증거조작 의혹이 제기된 유씨의 출입경 기록 등 증거 3건을 철회하면서 "유씨를 새롭게 고발한 사건이 있어서 수사중인데 혐의가 인정돼 조만간 공소장변경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추가기일을 요청했다.
이에 이에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사실상 무력화 시키는 항소 취하를 고려해 보겠다며 휴정을 요청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려는 유씨의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 위반 혐의는 유씨 측만 항소한 상황이어서 항소가 취하되면 재판부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심리를 진행할 필요가 없어진다.
변호인 측은 또 "피고인만 항소한 부분에 대한 범죄사실을 추가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한 변호인은 재판부에 강력히 항의하다 동료 변호사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견조율 끝에 다시 법정에 선 변호인단은 항소를 취하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가보안법 부분에 대한 심리만이라도 오늘 마무리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례적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진행된 검찰의 추가 증거 신청에 대해서도 양측은 한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문제가 된 일부 증거를 철회하면서도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만한 보강증거 또는 변호인 측의 주장을 탄핵하는 탄핵증거라며 추가 증거목록을 제출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다', '혐의 입증과 관련없는 증거다', '위법수집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대부분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추가로 제출된 개별 증거에 대한 채택 여부를 즉석에서 판단하며 적지 않은 추가 증거에 대해 기각 또는 보류 결정하고, 변호인 측이 부동의한 증거는 별도의 증거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유씨는 2004년 탈북해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국내 체류 중인 북한이탈주민(탈북자)들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기소됐다.
또 정부 및 지자체로부터 북한이탈주민으로 인정받아 주거지원금, 정착금 등 총 2565만원을 부정수령하고 자신의 신분을 속인채 발급받은 여권을 이용해 12차례에 걸쳐 중국, 독일, 태국 등을 출입국한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은 유씨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주장하며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1심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과 여권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 들어간 검찰은 무죄가 선고된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유씨의 출입경기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변호인 측이 제출한 출입경기록과 다른 내용이 기재돼 논란일었다.
이에 재판부는 중국 측에 진위 확인을 위한 사실조회를 요청했고, 중국 정부는 주한중국대사관을 통해 검찰 측 문건 3건이 모두 위조라는 회신을 보내면서 증거조작 파문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