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철권통치자는 현재 정육점의 한 냉동고에 죽은 채로 누워 있다. 카다피의 죽음을 놓고 그가 교전 중 입은 총상으로 인해 사망했느냐 혹은 생포된 후 구타당하고 총살됐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직접적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부검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부검을 앞두고 과도정부 측은 임시적으로 카다피의 시신을 미스라타 남부의 한 정육점에 보관하고 있다. 초기에는 카다피가 교전 중 사망했다고 알려졌지만 현장에서 찍힌 동영상이나 목격자들의 증언은 카다피가 안전하게 생포당한 후, 분노한 반군에 의해 구타당하고 총살당했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카다피의 사살과 그 후의 시신 처리 및 장례 문제로 인해 과도정부에 대한 대내, 대외적 신뢰와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먼저는 사로잡힌 카다피가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반군 중 누군가 쏜 총에 살해당했다면 "과도정부는 리비아 재건이 아닌 카다피 살해에만 치중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규명과 재판, 징계가 없이 익명의 총탄에 한 나라의 수장이 속절없이 살해됐다는 사실은 과도정부가 리비아 재건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뿐 아니라 과도정부에 "병사 하나도 통제 못하는 정부"라는 식으로 막대한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 과도정부는 카다피를 어느 곳에 매장할 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며 구체적인 장례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과도정부의 미성숙함은 카다피의 시신을 정육점에 보관했다는 점과 더불어 이것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싸구려 매트리스 위에 올려진 그의 시신은 온갖 멍과 핏자국으로 가득하며 구경꾼들은 이 모습을 셀폰 카메라로 찍으며 조롱하고 있다. 과도정부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카다피의 시신을 전리품으로 취급하는 이 사건에 카다피의 출신 부족인 카다파족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통적 부족 중심의 공동체인 리비아에서 카다파족의 반발은 그 수가 비록 적긴 해도 향후, 리비아 사태 수습에 장애물로 작용할 소지까지 있다.
다수의 외신들도 "정육점에 공개된 시신" 문제에 대해 "이것은 카다피에 반대한 이들에게조차 논란거리이며 과도정부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