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노아'(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가 논란 속에서 상영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이유는 노아가 성경과 하나님을 왜곡해 잘못 묘사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성경과 다르거나 성경에 나오지 않는 내용이 영화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를 두고 성경을 차용한 상업 영화라고 평가되고 있기도 하고, 아예 일부에서는 '비기독교적'인 영화라고 말하고 있다. 한 목회자는 "하나님을 깎아 내리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영화 같다"고 악평하기도 했다. 이에 교회에서는 단체 관람을 예정했다가 취소하는 사례 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안티 세력 까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불편하고 낯설다는 것이다. 배워왔던,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어떤 '낯섬'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화 배급사 측은 "성경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을 뿐 성경을 왜곡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노아'는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인간 노아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블록버스터다. 인류를 멸망시켜버린 거대한 홍수에서 살아남는 한 가족의 갈등과 화해, 선과 악에 대한 인간의 고뇌, 하나님이 준 사명과 가족으로서의 의무·애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사람의 삶을 담았다.
논쟁이 되고 있는 점들을 보면 노아가 의인이 아니라 악인 즉 잔인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 아이들의 결혼과 출산을 반대한 것,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점, 성경에는 하나님이 직접 대홍수를 계시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는 점, 방주를 혼자 짓지 않은 것, 타락한 천사들을 감시자들로 등장시키는 것, 사탄 뱀의 껍질을 지혜와 교훈의 상징으로 자손에게 남기는 것 등등이다.
성경에는 세 아들 모두 아내와 함께 방주에 들어갔다가 나온다. 반면 영화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큰 아들 셈만 아내가 있다. 더구나 커온 일라(엠마 왓슨)는 불임의 몸이었다. 이 자녀들의 아내와 아이 문제는 노아를 의인(義人)이 아니라 잔인한 인간이 되게 한다. 노아(러셀 크로)는 하나님의 뜻을 실행하기 위해 함(로건 레먼)의 여성을 죽게 내버려 둔다. 또한 손녀들을 자기 손으로 없애 버리려 한다. 이런 점은 노아가 기존에 지녔던 의인의 면모와 다른 점이다. 노아가 이같이 행했던 이유는 노아는 인간 자체의 멸종이 하나님의 뜻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이상 인간의 종족 번식은 막아야 하니 자식들의 결혼과 출산을 막으려 했던 것이다.
다음으로 논란의 대상으로 언급 되는 것은 '방주'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방주를 만들라는 명령을 할 때 노아에게 직접 나타난다. 영화에서는 노아의 꿈을 통해 계시한다. 간접적인 계시를 통해 노아가 스스로 깨닫게 한 것이다. 이점이 성경과 다르므로 성경을 왜곡했다고 말한다. 꿈을 통해 알려준 계시를 자신의 뜻대로 해석해 실행하는 노아의 모습은 결국 하나님을 비인격적이고 권위적이기만 한 존재로 그리게 된다. 그러나 노아의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의지는 인류의 멸망이 아니라 구원이다. 하나님의 입장에서 볼 때 홍수로 싹 쓸어버릴 만큼 인간과 그들이 만든 문화는 악했지만, 하나님은 그것으로 끝을 내지 않고 노아의 가족을 남겨두면서 인간에게 또 한 번의 희망을 품었다. 실제 노아 이야기가 나오는 창세기 본문에서도 하나님은 어떻게 죽일 것인가만큼 어떻게 살릴것인가를 설명했다.
또한 성경에는 노아와 가족이 방주를 직접 지었다고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타락한 천사들의 도움을 받는다. 따라서 이 역시 성경을 왜곡한 것으로 간주된다. 성경에는 타락한 천사들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다고 나온다. 영화 속에는 천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온다. 노아가 뱀의 허물을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장면도 문제가 됐다. 뱀은 사탄인데, 뱀의 허물을 하나님의 뜻을 잇는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악과(善惡果)는 죄를 지은 사건인데, 영화에서는 지혜를 얻게 된 중요한 경험으로 묘사된다.
이런 식이니, 배급사 측이 성경을 왜곡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을 했어도 기독교인이 본 노아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으로 부터 '의인'이라 인정을 받고 '당세에 완전한 자'라고 일컬어졌던 인물이 영화에서는 인간을 멸망시키겠다는 하나님의 의지를 맹목적이게 받들고 그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가족이든 아니든, 누가 됐건 살인까지도 쉽게 행할 정도의 비인격적인 존재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노아는 죄로 더럽혀진 인간은 또 다시 죄악의 도시에 빠지고 세상을 타락 시킬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노아는 곧 태어난 아이와 도망가지 못하도록 배를 불태워 버린다. 여기서 가족의 갈등은 극에 달하고 인간의 분노와 울분은 절정에 달한다.
이처럼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노아를 보면 상당히 실망할 수 밖에는 없어 보인다. 노아라는 영화의 줄거리가 성경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성경적'이라고 이 영화에 대해 결론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난이 많아 한쪽 편의 얘기를 길게 언급하게 됐지만, 노아를 단순히 성경과 무관한 판타지 영화로 보는 것은 어떨까? 성경에서 모티브를 땄다고 해서 꼭 성경의 관점으로 해석 돼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좀더 열린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면, 무리수는 있었지만 성경의 내용에 생동감과 역동성을 불어넣고자 노력했던 영화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다. 영화의 인물 속에는 선과 악, 선택과 결단 그리고 삶과 죽음을 놓고 인간의 고뇌와 갈등이 진솔하게 녹아 있는 부분도 있으니까.
또한 영화니까 성경의 내용을 감독의 의도에 따라 다양하게 각색 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성경 자체의 내용이 뒤바뀔 수는 없다. 그러나 영화의 시각으로 보면 얼마든지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것 아닐까? 영화를 그냥 영화로 보면 된다라고 말하게 된다면 지나친 개입일까? 만약 노아가 성경의 내용에 충실한 영화였다면, 그 영화는 고전적인 한 영화로 머물고 이처럼 논란거리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감독은 성경에 나오는 노아라는 재난의 대사건을 감독의 상상력과 의지로 성경과 전혀 다른 노아를 만들어 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심리묘사의 달인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누구는 선하고 누구는 악하고 그 절대적인 기준은 무엇인지 묻도록 했다. 물론 이 영화가 할리우드 상업주의라는 방식에 철저히 따랐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배급사 측의 말과 같이 감독은 심리묘사를 통해 '노아의 고뇌'를 상상을 통해 더했고, 다름 아닌, 선하게 살고 사랑하라는 것이 이 영화의 주제라고 말한다. "노아 이야기를 변형해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것일까"란 의문도 가능하겠지만, 성경을 떠나 파격적인 변형을 감행하면서까지 자신의 미학적 스타일로 노아의 이야기를 영화로 재현한 감독의 그 어떤 '신선함'을 영화를 통해 보는 것은 기독교인으로써 무리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러기엔 노아는 너무 막나간 것일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