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에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금호가문의 형제간 충돌이 벌어졌다.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간의 갈등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제26기 정기주주총회장은 총회 시작을 앞두고 이 회사의 12.6%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이 전날 형인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할 것임을 밝혔다. 금호석화는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하며, 금호산업 기업어음(CP) 매입·CP의 출자전환·총수익맞교환(TRS) 방식의 매각 등 일련의 과정이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배임행위임을 경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고대로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법무법인 관계자로 구성된 대리인 3명을 주총에 참석시켜 사사건건 아시아나항공측의 의안에 딴죽을 걸었다.
다른 주주들 사이에서 "당신 주주 맞아?"라는 고성이 터지며 분위기가 험악해질 조짐을 보이자 의장을 맡은 윤영두 대표이사는 "원활한 주총 진행을 위해 의안 심의 전에 질문을 받지 않겠다. 또 안건과 무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에는 발언 기회 주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또, "금호산업 지분 매각은 채권단과 협의하에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금호산업이 당사 의결권에 아무런 지장 없다는 법률적 검토를 이미 마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측 대리인은 하지만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안을 의결할 때마다 금호산업의 주총 의결권 행사와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주총장에는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폐회 선언 직전에도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신규선임안 통과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금호석유화학 측은 "2대 주주가 반대의사 표시했는데 어떤 근거로 과반이 찬성하고 가결됐는지 모른다"며 법률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주총장을 떠났다.
한편, 금호그룹은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셋째 아들인 박삼구, 넷째 아들인 박찬구 회장의 형제간 갈등으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진 이후 현재까지 검찰 수사와 고발, 계열분리, 상표권을 둘러싼 소송으로 서로 충돌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동생 박찬구 회장 측이 형 박삼구 회장의 일정이 기록된 문건을 빼돌려 악의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현재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경찰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