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동체형 교회가 후기 산업사회 교회의 대안 될 것"

서울신학대학교·종교사회학회 공동학술대회 '메가시티와 기독교'

산업화 시대 대형 도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가운데, 도시인들의 종교성과 대형 도시 가운데 발생한 대형교회, 그리고 이러한 시대 어울릴 앞으로의 교회 모습이 무엇인지 차례로 되짚어보는 시간이 열린다.

서울신대(총장 유석성)와 종교사회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학술대회가 "메가시티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오는 28일(금) 오후 서울신대 우석기념관 강당에서 열린다. 이 날 행사에서는 "메가시티의 종교성"(전성표) "메가시티와 메가처치"(김성건) "메가시티와 공동체 교회"(정재영)이란 주제 발표가 차례로 이뤄진다.

메가시티의 종교성: 개인에게 미치는 종교의 영향은?

전성표 박사

전성표 박사(울산대)는 발표를 통해 종교에 대한 칼 막스의 주장을 검증했다. 막스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종교가 개인에게 자신의 처지나 삶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로막고 과장된 만족감을 부여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종교가 사회의 부조리나 불평등 등 기회조건이나 제도에 문제의식을 덜 느끼게 할 것이며, 셋째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노력에 소극적이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선 "종교는 개인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한다"는 막스의 주장에 대해 전 박사는 분석결과를 통해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무종교인들에 비해 행복감이 더 높은 편"이라고 말하고,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정치상황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전 박사는 "종교가 개인들로 하여금 사회의 공평치 못한 조건에 둔감하게 한다는 막스의 주장은 옳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제 기회조건에 대한 평등성 인식(기회평등인식)과 성별이나 지역에 따른 평등성 인식(집단간 평등인식)에 있어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무종교인들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교 유무나 종교에 몰입하는 정도는 우리사회의 평등성 인식에 아무런 차이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그는 "종교는 사회변화를 위한 참여의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종교인들과 무종교인들의 사회참여의지를 비교한 분석이나 다른 여러 변인들과 함께 종교의 영향력을 분석한 회귀모델에서 종교 자체나 종교에 몰입하는 정도는 사회참여의지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종합적으로 볼 때 막스의 주장은 부분적으로 지지된다"고 분석했다.

메가시티와 메가처치: 한국의 대형교회 사례를 중심으로

김성건 박사(서원대 종교사회학)는 특별히 한국의 대형교회 사례를 들어, 전통적으로 '종교적 상품화'(religious commodification)의 전통이 강한 아시아(Kitiarsa, ed., 2008)에서 최근 '압축적 근대화'(compressed modernization)를 이룬 한국의 메가시티 서울을 중심으로 보수적(복음적) 개신교 진영 내에서 지난 1990년대에 출현해 현재까지 계속 성장하고 있는 '메가처치 현상'이 갖는 종교사회학적 함의를 밝혀 보고자 노력했다.

김성건 박사

김 박사는 "오늘날 압축적 근대화의 상징인 메가시티 서울의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 한복판에 세계에서 단일 교회로서는 최대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하고, "이 같은 사례가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고도의 경제발전, 급속한 사회변동과 구조적 분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그리고 문화적 붕괴와 도덕적 혼란이 가속화될수록 이것들을 총체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 편에서는 내적(정신적)으로 자신들의 절대적인 종교적 신앙을 통해 '통일된' 세계관을 추구하게 될 경향이 점점 강해질 것이라 가정할 수 있다"며 "신자유주의가 추동하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중심인 메가시티에 살고 있는 개인들의 실존 양식 가운데서 '정신적 삶'과 관련된 종교 혹은 영성(spirituality)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뚜렷이 부흥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을 '양화' '객관화' 시키는 메가시티의 새로운 환경이 점점 증폭시키는 메마른 '정신적 삶'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개인들 편에서 '영성'을 추구하는 것과 새로운 대규모의 합리화된 종교 조직으로서 대중 속에 브랜드 가치를 갖게 된 메가처치들 편에서 질서 있고 통일된 세계관을 공급하는 것 양자 사이에 어느 정도 '선택적 친화성'(elective affinity)이 있다"고 봤다.

이어 김성건 박사는 "영국에서 산업혁명기에 감리교가 개인주의와 물질적 성공을 중시하면서 개인구원에 치우친 복음주의적 전향을 강조한 것과 비슷하게, 한국의 개신교 근본주의는 압축적 근대화가 이루어진 사회 속에서 상승적 계층 이동과 물질적 수준의 상승을 추구하는 모든 요소들과 힘을 맞잡았다"고 분석하고, "한국의 보수적 개신교는 개발도상국의 국민들에게 물질적 성공과 복음주의적 개심(改心)을 동시에 추구하도록 이끈 전형적 사례"라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기복신앙'에 젖은 신자가 주로 '물질적 축복'을 위해서 하나님을 믿는 것이란 관념을 소유하게 된 것은 개신교가 전통적 종교문화에 대한 적응을 이룬 것들 중 '부정적' 측면"이라고도 지적했다.

또 김 박사는 삼성과 현대 등 몇 개의 재벌기업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거의 주도한 양상과 비슷하게 개신교계의 경우도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위시하여 몇 개의 대표적 메가처치(초대형교회)가 한국의 기독교 성장을 거의 독점적으로 선도한 사실을 사례로 들면서, "종교(특히 개신교)가 사회의 경제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발전과 유사한 스타일로 발전하였고, 또한 종교가 나름대로 그 자체의 기적을 제공하였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대 종교의 많은 형태들 중에서 특히 한국의 경우 보수적 개신교가 추종자들로 하여금 보다 큰 번영을 뚜렷이 성취하도록 도와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해당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계없음

특히 그는 "한국 사회의 경제의 고도성장과 개신교의 고도성장이 거의 같은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른바 대형교회로의 '수평이동'으로 말미암은 "종교적 집중(religious concentration)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경쟁적인 자본주의 체제 속의 다종교사회 상황에서, 근본주의 신학과 '복음적 경건주의'가 지배하는 한국의 보수적 개신교는 진보적인 종교(개신교) 집단들과는 달리 계급투쟁과 민주화 운동 등 삶의 '세속적' 측면에 대해서 존재이유나 중요성을 확립하기 보다는 스스로 '산업화' 세력의 대표자로서 대중과 '순수한' 종교적 의사소통을 하는 데 상대적으로 성공하여 급속도로 양적 성장을 이룩했다는 사실도 설명했다.

김 박사는 대형교회 기업가형 목회자의 등장과 '번영의 복음'의 상품화 등도 설명하고 난 후, "한국 개신교 내에서 서울 같은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출현한 '메가처치'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다양하겠지만, 한국 개신교의 성장을 가장 두드러지게 대표하는 '메가처치 현상'의 원인으로서 특히 '미국 문화'의 영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번영의 복음'의 상품화는 미국의 메가처치에서 먼저 이루어진 것이 사실로서, 이것이 한국교회 내의 미국 유학파 혹은 친미적인 목회자들을 통해 곧바로 유입된 측면이 있다"고 말하고, "미국식 '번영의 복음'과 그리고 '기적적인 것(초자연적인 것)'(the miraculous)과 '물질에 관한 것'(the material)을 동시에 강조하는 '한국적(샤머니즘적) 전통' 양자 사이에 '친화성'이 현 한국교회의 대형교회화를 유발시켰다"고 분석했다.

또 김 박사는 한국 전쟁으로 말미암아 다수의 기독교인들이 월남했던 사실에 주목하면서 "한국 개신교의 다수집단인 보수적 복음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태생적으로 친미적, 친자본주의적, 우파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베버가 말한 '개신교와 자본주의' 사이에 역사적, 이념적 친화성이 존재하는 데다 한국의 특수한 분단의 역사가 남긴 유산과 6·25 전쟁의 영향 등 까지 가세됨으로써 오늘날 한국의 보수적 개신교 특히 중산층화된 메가처치는 '보수 우파'를 대표하는 집단으로 자타가 공인하게 됐다"고 했다.

메가 시티와 교회공동체: 작은 공동체형 교회가 대안이다!

정재영 박사

그러나 메가처치가 현 시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정재영 박사(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산업사회 시기의 대량생산 방식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추구하듯이, 교회에서도 대규모 방식의 활동보다는 각각의 필요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다양한 소모임을 통한 활동이 적합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재영 박사는 "작은 공동체형 교회는 구성원간의 친밀도를 높이고 개별화된 관계로부터 야기되는 인간관계의 소원함과 소외감을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다"고 말하고, "공동체성은 안팎으로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는데, 구심력과 원심력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공동체 교회 유지의 관건이 될 것"이라 했다. 특히 "다양한 인구 집단의 밀집으로 인하여 필요에 따른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워 사회안전망이 미치지 못하는 메가시티 환경에서는 이를 상쇄할 지역공동체 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박사는 "기독교가 타인에 대한 헌신이나 돌봄의 윤리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는 지역공동체 운동의 주체가 될 만한 문화적, 물질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봤다. 또 "메가시티에서는 경제적인 격차도 심해지고 도시 빈곤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교회는 자본주의 4.0과 관련된 공동체 자본주의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최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협동조합은 기독교 사회운동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는데, 교회가 이러한 대안 경제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메가시티의 경제 문제를 극복하고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공동체화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유석성 총장(서울신대)이 인사말을 전하고, 박수호 박사(덕성여대) 최동규 박사(서울신대) 오성현 박사(서울신대) 등이 토론자로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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