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이달 초 통과된 새 법안으로 인해서 기독교인들을 잔인한 방식으로 살해한 무슬림들이 처벌을 면할 수도 있게 됐다고 크리스천포스트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7년 터키 동부에 위치한 도시 말라티야에서 세 명의 기독교인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하고 목을 잘라 죽인 혐의로 기소된 엠레 귀나이딘, 쿠마 오즈데미르, 하미트 세케르, 살리흐 귈러, 아부제르 일디림은 최근까지도 재판을 기다리며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다.
그러나 터키 형사법 개혁법안이 최근 통과된 이후 이들 다섯 명은 감옥에서 풀려나 비교적 가택연금 처분을 받게 됐다.
이들은 계속해서 기독교인들을 살해한 것은 "조국과 우리의 종교인 이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며 일말의 뉘우침조차 표하지 않았다.
7년 전 이들이 저지른 살해 사건은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겪고 있는 박해 상황에 대한 경종을 불러일으켰다. 그리스도인으로 개종한 두 명의 터키인들과 한 명의 독일인은 단지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끔찍한 방식으로 살해됐다. 그들이 죽기 전에 겪어야 했던 고문의 진상은 전 세계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한편, 다섯 명의 살해자들이 아직까지도 정식 재판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당국이 고의적으로 이들에 대한 처벌을 회피하고자 재판을 연기해 왔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크리스천포스트는 현지 일간을 인용, "원고측에서 증언을 하기로 되어 있던 증인들이 법정에 서기 직전에 구금되는 일들이 발생했고, 이는 당국이 고의로 이들의 증언을 막으려고 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터키개신교회협회(Association of Protestant Churches in Turkey) 우무트 사힌 총무는 피고측 변호사들 역시 재판을 계속해서 의도적으로 연기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살해자들에 대한 재판이 이토록 오랜 시간을 끌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는 재판을 이끄는 판사위원회가 두 세 번 정도 교체되었고, 새로운 판사들은 매번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시간을 필요로 했다. 용의자들과 증인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심문을 받지 못했고 피고측 변호사들은 재판을 연기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온갖 법적 속임수를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터키 교계에서는 이들 살해자들이 가택연금 상태에서 터키 밖으로 도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감옥을 탈출했다가 다시 체포된 전력이 있다.
한편, 새로운 형법에서는 이들 다섯 명의 무슬림들은 재판 이전에 최대 5년의 구금 기간을 거치며, 이는 기존 법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간이다.
터키는 공식적인 세속주의 국가이지만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며, 2% 미만이 기독교인이나 유대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