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독교 구호단체인 미국 월드비전이 앞으로 직원들의 동성결혼을 허용하기로해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월드비전은 24일(현지시간) 직원 행동규범의 개정을 알리면서, 그동안은 단체가 직원들의 이성결혼만을 인정해 왔지만, 앞으로는 동성결혼도 동등하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내 월드비전 직원들은 행동규범에 따라서 "결혼 전 순결과 결혼 후의 충실함"을 지킬 것을 맹세해 왔다. 다만 이러한 순결과 충실함은 이제까지는 이성결혼 관계에서 적용되어 왔으나, 앞으로는 동성결혼 관계에도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단체는 전했다.
월드비전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세워진 국제 구호단체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대표적인 단체로 매년 전 세계 2억5천여 만 명에게 재난 구호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구호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월드비전은 세계 100여 개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전체를 통틀어 4만여 명의 직원이 있는 가운데 이 중 6천여 명이 비기독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월드비전의 경우 모든 직원을 기독교인으로만 뽑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비기독교인 지원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단체의 기반인 기독교적 가치가 직원 채용 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받고 승소한 전례도 있다.
이번에 직원들의 동성결혼을 허용한 내규 개정에 대해 미국 월드비전 리치 스턴즈(Rich Stearns ) 회장은 이러한 입장 변화가 "신학적인 이유에 의한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즉, 이는 "미국 월드비전이 동성결혼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그는 밝혔다.
스턴즈 회장은 "내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동성결혼을 지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며, 단지 이 문제에 관한 지역 교회들의 권위적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드비전은 초교파적 단체로 50개가 넘는 교단 출신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많은 수의 교단들이 최근 수년간 기독교인들의 동성결혼을 허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월드비전에서 일하는 직원들 가운데 다수는 미국성공회와 미국복음주의루터교회 소속의 교인들로, 두 교단은 모두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목회자의 축복도 허가하고 있다. 미국 월드비전의 본부 역시 2012년에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워싱턴 주에 자리 잡고 있다.
한편, 미국 월드비전의 이 같은 규정 변화에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은 우려와 비판을 함께 보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복음주의 목회자로 보수 교단인 남침례교(SBC) 윤리와종교자유위원장을 맡고 있다 러셀 무어(Russell Moore) 목사는 "미국 월드비전의 최근 정책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결혼에 대한 성경적 정의를 벗어난 성적 활동이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라면 이를 문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성경이 분명히 가르치고 있고, 교회가 2천 년이 넘게 고수해 온 것이 진리라면 회개하라는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것은 악독한 일이다. 우리가 심판이 있음을 경고하기를 거절했다면 이는 어둠의 세력의 힘을 키우는 일과 같다"고 주장했다.
무어 목사는 또한 미국 월드비전이 이번 결정으로 동성결혼 지지자들로까지 기부자층을 확대할 수는 있겠지만, 복음을 잃고 기부금을 얻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기부금은 왔다가 가는 것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영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복음주의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존 파이퍼(John Piper) 목사 역시 "이 같은 결정은 그리스도에게 있어서는 비극적인 상황의 전개"라며, "왜냐하면 이는 죄를 가볍게 여기게, 다시 말해 십자가를 가볍게 여기게 만들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그들이 입장을 바꾸어 원래의 신실한 신앙의 기반으로 돌아오도록 기도한다"고도 전했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보다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국 월드비전의 결정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를 "불경스러운 일"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역시 국제 기독교 구호단체인 사마리아인의지갑(Samaritan's Purse)을 이끌고 있는 그래함 목사는 "월드비전이 이제 성경의 가르침을 믿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래함 목사는 사마리아인의지갑에 올린 성명을 통해서 "월드비전은 자신들의 결정이 교회 연합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내게는 마치 죄악을 조장하는 것이 교회를 연합시키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구약과 신약을 통틀어서 성경은 결혼이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의 신실한 결합이며 다른 모든 관계는 죄악임을 분명히 가르치고 있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월드비전의 결정을 환영하는 기독교인들도 있다.
덴버에 거주하고 있는 나디아 볼츠웨버 목사는 "위대한 날이다. 바로 내일 당장 월드비전에 기부를 해야겠다. 그들이 이번 결정으로 인해 기부자들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고 트위터에 메시지를 남겼다.
미네소타 세인트폴에 소재한 루터교신학교에서 신약학을 가르치는 매튜 스키너 교수는 "월드비전이 기독교 연합을 위한 길을 선택했다. 무척 기쁜 일이다. 완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월드비전이 잃어버리게 될 기부금을 우리가 충당하자"고 썼다.
풀러신학교 신학 교수인 토비 존스 역시 트위터에 "월드비전에 쓴소리를 해대는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그들 무리 안에서는 찬사를 받겠지만 다음 세대에서는 지지자를 잃을 것이다"고 미국 월드비전을 지지하는 글을 남겼다.
스턴즈 회장은 미국 월드비전의 이번 결정을 다른 나라 지부들이 따를 필요는 없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는 미국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결정으로 동성결혼을 지지하거나 전통적 결혼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고 거듭 밝히며, "또한 이는 성경의 권위를 타협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사람들은 동성결혼에 관한 성경의 시각이 분명하다고 말하지만 신학자들과 교단들은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 월드비전의 새라 윌슨(Sarah Wilson) 대변인은 현지 크리스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영국 지부는 이미 직원을 채용할 때 그들의 성적 지향에 대해 묻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정책을 바꿀 계획이 없으며 미국은 변화는 우리의 정책과 상통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윌슨 대변인은 "스턴즈 회장은 기독교인들이 연합해서 약한 자들을 섬기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이것이 우리 모두가 동의하고 지지하는 것이다"고 더 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