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크림반도 병합이 러시아 하원의회를 통과했다. 이제 상원 비준과 푸틴대통령의 서명만 남았다. 서방은 러시아 제재를 구체화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넘어오면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크림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있다.
-러시아 국가두마, '크림공화국,세바스토플특별시 병합 조약 비준안' 통과-
현지시간으로 20일,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 공화국과 세바스토폴 특별시의 러시아 편입에 대한 내용인 크림병합안에 대한 회의를 열고 표결을 벌인 결과 전체의원 444명중에 443명찬성했다. 1명은 반대했다. 하원의원을 통과한 크림 병합안이 21일 상원에서 비준하면 대통령 서명을 거쳐 최종 채택된다.
러시아는 이번 주 내로 크림을 병합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고, 조약 내용에 따라 올해 말까지 이행기를 거쳐 내년 1월1일까지 러시아가 크림과 세바스토폴을 완전히 병합한다는 방침이다.
-EU, "추가제재 경고"-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구체화하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정상회의에 참석, 크림 병합을 강행하는 러시아에 EU의 추가 제재가 취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7개국(G7)과 러시아 간 정치 관계에도 뒤따르는 조치가 있을 것도 덧붙였다. EU 정상들은 20∼21일 이틀간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 제재 방안을 논의중이다. EU 정상들의 제재내용을 보면 지난 6일 열린 긴급회의를 통해 러시아와 비자 면제 협상과 경제협력 논의를 중단했다. 지난 17일에는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21명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EU는 러시아의 태도에 따라 강도 높은 추가 제재도 검토 중이다.
-우크라이나, "크림 이상 넘어오면 군사 대응하겠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반도 내 주둔중인 군인들과 주민 2만5천여명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안전한 철수를 위해 UN에 크림반도 비무장지대 선포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넘어 동부지역까지 넘본다면 군사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에 공식적으로 경고하고자 한다"며 "러시아 군대가 동부나 다른 지역을 병합하거나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려 시도한다면 군사적 수단을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서방에 "적절한 대응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유리 클레멘코 제네바 유럽유엔본부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가 크림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대규모로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압박을 받고 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제자동차운송협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의 러시아 세관들이 전날 자정부터 우크라이나산 제품의 통관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또 친서방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우크라이나 제과회사 로셴의 러시아 내 계좌를 동결하고 러시아 지사 경영진을 형사입건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어떻게 흐를까?-
EU정상들이 러시아 제재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지만 본격적인 경제 제재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U의 천연가스 공급의 30%가 러시아에서 나온다. 게다가 독일(40%) 이탈리아(25%) 영국(12.5%) 등이 러시아에서 가스를 수입하며, 우크라이나는 무려 7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미·EU의 경제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는 보복조치에 나서면 유럽또한 타격이 크다. 실제로 유럽은 2006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공급 협상 실패 때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한차례 파동을 겪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크림 사태 발발 이후 이날 처음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크림 사태를 논의했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최근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