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잇따라 소한해 조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20일 국정원 권모 과장(4급)을 피의자 신분으로 19일 소환했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 과장급 이하 직원 여러 명을 불러 조사하는 등 '윗선'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을 앞두고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권 과장이 북·중 출입경기록의 발급확인서 입수와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문건에 대한 허위 영사확인서를 작성하는데 관여한 정황을 포착,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과장은 지난해 8월 국정원 대공수사국에서 수사한 유우성씨 간첩사건에 합류했으며 지난달 중국 주재 선양총영사관에서 부총영사로 파견됐다. 과거 중국에서 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는 '블랙' 요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 국정원 출신 이인철 주(駐)선양총영사관 영사와 함께 권 과장을 증거 조작에 관여한 공범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의 발급확인서가 선양영사관-외교부-대검찰청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권 과장의 구체적인 역할과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특히 권 과장은 지난해 11월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 입수 방법을 놓고 김 과장과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국정원이 입수한 싼허검사참 문서의 위조 자체에 권 과장이 개입했거나 위조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이 영사의 허위 영사확인서 작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새벽까지 권 과장을 상대로 김 과장이 국정원 협조자 김모(61·구속)씨를 통해 위조 문건을 입수하는데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국정원 상부에서 문서 위조와 관련된 지시나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권 과장의 진술 내용을 검토한 뒤 재소환 여부를 결정하는 한편, 금명간 국정원 대공수사팀장과 대공수사처장을 차례로 소환해 문서 위조를 지시·보고하거나 묵인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상 김 과장이나 권 과장이 독단적으로 문서 위조를 주도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수뇌부가 개입한 단서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국정원 지휘라인에서 위조 문서의 입수·제출과정 뿐만 아니라 증거조작 전 과정에 걸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압수한 대공수사팀의 수사기록과 내부 보고서, 주(駐)선양총영사관에서 임의 제출받은 국정원 직원의 컴퓨터 등을 비교 분석하며 '윗선'을 캐낼 방침이다.
한편 지난 18일 중국에 파견됐던 노정환 부장검사와 이성규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외교부 관계자 등이 중국 정부와 사법공조 범위, 방법 등에 대한 협의를 마치고 이날 귀국했다.
검찰은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위조문서 진위 확인에 필요한 출입경기록 원본, 관인 등을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본은 싼허검사참에서 작성한 기록으로 허룽시 관인이 찍힌 문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관리하는 기관은 허룽시 공안국이 아닌 싼허 지방을 관장하는 룽징시로 알려져 국정원이 제출한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 및 발급확인서가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은 허룽시 공안국에서 출입경기록을 조회 또는 출력이 가능한 지 여부에 대해 중국 당국의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검찰이 중국 현지에서 유씨 측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로 문서입수 경위와 관련된 자료를 확인, 수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검찰은 이미 '유씨가 법원에 제출한 문서들에 대한 진위 여부를 파악해야 위조 여부를 비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민변 소속 양승봉 변호사는 "검찰이 중국까지 가서 우리 쪽 기록이나 자료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발급받은 것이라고 확인했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라며 자료가 진본임을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