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9세 이하 여아의 강제결혼 허용 논란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인권단체들 "여성의 인권에 재앙될 것" 우려 표시
이라크의 어린이들. ⓒMOHAMMED AMEEN.

국제 인권단체들이 이라크에서 9세 이하 여아의 혼인을 허용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중동과 북아프리카 담당 디렉터인 조 스토크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이 법안의 통과는 이라크의 소녀들과 여성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고 지적했다.

법안의 명칭은 자파리 개인지위법(Marcelo Sanchez Sorondo)으로, 지난 2월 말 이라크 장관회의에서 승인되었다. 법안이 통과되면 9세 이하의 어린 여아들도 아버지의 허락만 있으면 성인과 결혼하는 일이 법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법안은 이라크 내 인구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시아파 무슬림들에게만 적용될 전망이다.

이슬람의 조혼 풍습은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탄압의 상징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 왔다. 이들은 자신들의 인생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선택권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성장함에 따라 마땅히 받아야 하는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며, 어린 나이에 출산을 감행해야 하는 까닭에 생명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

한편, 법안은 문제점은 이외에도 부부 강간 역시 합법화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이 성명은 지적했다. 부부 강간은 배우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부부 강간은 많은 국가들에서 범죄 행위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부부 간에 발생하는 이 같은 성폭력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또한 아내가 남편의 허락 없이 집 밖으로 외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혼할 경우 2세 이상 자녀의 양육권은 자동적으로 남편에게로 귀속되는 것 역시 인권단체들이 지적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조치들이다.

이라크 현지 여성인권 운동가인 바스마 알 카티브는 "이라크는 현재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고 이 법안을 둘러싸고도 논쟁이 일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수많은 불평등의 사례들이 법적으로 보호받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현재 이라크법은 결혼할 수 있는 여성의 최소 연령을 15-18세로 정해놓고 있으며, 이 역시 부모 양쪽의 허락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추진되고 있는 법안은 여성의 법적 혼인 가능 연령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이혼이 허용되는 최소 연령을 이슬람 월력에 따라 9세(8.8세) 이상으로 밝혀 놓아 사실상 혼인이 허용되는 연령은 이보다 더 낮다고 봐야 한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법안이 여아들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슬람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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