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단에서 목회하는 한인 목회자가 한국교회 내에 직제 개혁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시온루터교회의 한국어 예배부를 맡고 있는 정진오 목사는 20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루터교회의 제도인 MLG(Ministry Leadership Group)라는 목회 리더십 그룹에 대해 소개했다.
정진오 목사는 "MLG 위원은 교인들이 선출해 목회자의 영향력이 배제되기 때문에, 혹 목회자의 잘못이나 비리에 대해서도 냉정한 시각으로 공정하게 접근하여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개 장로는 목회자의 영향력 아래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대부분 장로들로 구성된 교회 내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당회는 목회자의 과오나 실수를 충고하고 바로잡기 보다는 도리어 숨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교회분열 초래', '교회에 덕이 되지 않는다'는 명분 아래 목회자의 큰 비리와 잘못에도 지나치리만큼 관대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루터교회에는 장로나 권사 등 이러한 직분 제도가 없다"며 "MLG는 의장, 부의장, 그리고 재정과 나머지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년 11월 말 한국의 공동의회에 해당하는 Church Council 때 모든 교인들의 투표를 통해서 선출된다"고 했다. MLG 위원들의 직분은 3년으로 동일직에 한 번만 연임이 가능하다.
정 목사는 "MLG는 교인 수에 따라 다르긴 하나 필자가 섬기고 있는 미국 교회의 경우(성도 수 약 천 여명)에도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며 "목회 리더십 그룹은 목회자의 리더십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함께 일한다"고 말했다.
그는 "MLG 위원들은 담임 목회자와 밀접하게 일하면서 교회 비전과 예산을 포함하여 모든 운영을 논의하고 상의한다"며 "어느 면에서는 목회자와 교인들을 이어주는 교량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교회 내 문제가 생기면 미국 루터교인들은 먼저 MLG 위원들에게 연락해 궁금한 사항들을 질문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MLG 위원들은 교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담임 목회자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그는 "물론 이런 것들이 가능한 데에는 미국 사회 내에 민주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며 "한국의 문화와 정서 속에서는 아직 여러 면에서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목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루터교회의 이러한 제도를 한국교회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며 "한국교회가 분열과 갈등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급격히 쇠퇴해가고 있는 위기 속에서 지금이 바로 한국교회 직제개혁에 대하여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의 대형교회의 경우 일반 교인이 교회 예산안을 쉽게 볼 수 없도록 교회 정관을 바꾸고 있는 반면, 미국 루터교회의 MLG는 교회 내 예산안을 포함하여 모든 결정 사항을 일반 교인들도 쉽게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한다.
미국 시온루터교회는 작년 2월 한인 교회와 통합한 후 한인 교인을 위한 한국어 예배부를 두고 있으며 정진오 목사는 한국어 예배부의 담당 목사로, 미국 시온루터교회의 부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