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협력업체들이 5년간 1조8천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또한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대출 사기에 팀장급 간부가 직접 연루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장에서는 감독권 자격까지 거론되며 비난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금융회사에 케이티 자회사인 KT-ENS의 위조된 매출채권을 제공하고 1조8000억원대의 부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이 회사 간부 김모(51)씨와 협력업체인 중앙티앤씨 대표 서모(44)씨 등 8명을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핵심 용의자인 엔에스쏘울 전모(49)씨에게 금감원의 조사내용을 알려주고 해외로 달아나도록 도와준 혐의로 금감원 김모(50) 팀장이 잡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해외로 달아난 전모씨에 대해 인터폴에 공조를 요청하고 그를 쫓고 있다.
이들은 2008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 463차례에 걸쳐 KT-ENS의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나은행·농협·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3곳과 저축은행 13곳에서 1조8천억원의 부정대출을 받았다. 경찰은 총 대출금 가운데 이들 일당이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2894억원으로 보고 이를 회수하기 위해 대출금 사용처 등을 추적중이다. 용의자들은 대출받은 돈으로 개인 빚을 갚거나 별장, 외제차를 사며 호화생활을 누려왔다.
이와 함께 경찰은 사기대출에 직접 관여한 금감원 김모(50) 팀장을 혐의를 잡고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팀장은 금감원이 이번 사기대출 조사에 착수한 지난 1월 29일 서 대표 등 협력업체 대표들과 통화하며 조사 내용을 알려주고 이틀 뒤에는 직접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나 협의했다. 또한 서 대표가 구입한 경기도 시흥 농원의 지분을 30% 보유한 것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내부 감찰 결과 김 팀장이 해외 골프 접대를 받고 수 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아 챙긴 사실이 드러나 최근 그를 직위해제하고 수사 의뢰했다.
동양그룹 사태에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로 비난을 받아온 금융감독원에 이번 사건까지 겹치면서 신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연이은 사건 사고로 금감원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면서 "특히 이번 사건으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