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기부금 내역 공개…종교단체 재정 등 관련 사안에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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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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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계에서는 백주년기념교회가 모범적

천주교 일부 교구에서 기부금 내역 공개를 결정하면서 종교인 과세 및 종교법인 재정 투명화를 위한 회계 표준안 마련 등 관련 사안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교단체의 경우 신자들이 내는 헌금, 십일조, 시주금 등으로 대부분의 재정을 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부금 내역 공개는 곧 해당 단체의 수입을 가늠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해당 정보의 공개를 꺼려왔다.

17일 국세청 및 천주교계에 따르면 이번에 기부금 상세 내역을 공개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 2곳이 국세청의 연말정산간소화시스템에 신자들이 낸 기부금 내역서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최근 염수정 추기경이 언론인들과의 담화에서 교회 개혁과 신뢰 제고를 위해서 재정의 투명성을 우선으로 꼽은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염수정 추기경이 속한 서울 대교구만 해도 299개 본당에 120만명 가량의 신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종교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기부금 공개가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정책 기조와 맞물려 종교회계 투명화를 위한 외부 감사 의무화 등에 대한 논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교계에서는 이미 몇몇 교회들이 기부금을 포함한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부금 공개가 대중화 되지는 못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회계 투명화를 위한 공청회 개최와 한국교회에 실정에 맡는 회계 기준을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교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는 아직 어려운 실정이다. 재정 수입뿐 아니라 지출에서 선교비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한 내역 공개에 대해 진보와 보수교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교계에서 이러한 논란과 관계없이 스스로 재정 투명화를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교회로는 이재철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백주년 교회가 꼽힌다.

백주년교회는 매월 재정 내역을 공개한다. 유인물로 나눠 줄 뿐 아니라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누구든지 다운로드 해 확인할 수 있다. 내용도 담임목사 월급부터 몇 천 원짜리 문구 용품을 구입한 것까지 날짜 순서대로 빠짐없이 상세하게 기록된다. 교역자 소득 신고 및 관련 세금처리도 포함됐다.

이날 천주교의 결정에 대해 교계 한 관계자는 "교회 재정에 대한 투명성 강화는 이미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요구"라며 "정책 수립에 한국교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모으고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움직임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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