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엔저 기조에도 일본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달성했다. 과거 엔저 때와 다른 모습이다.
산업연구원은 17일 '최근 엔저 이후 한·일 교역비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일본의 무역수지는 2013년 1천176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기록이다. 일본은 지난해 엔저로 달러 기준 수출액은 10.5% 감소한 탓이다. 또한, 가격 경쟁력이 향상됐지만 제품 단가를 내리기보다 이익을 늘리는 데 급급했고, 제조업 경쟁력 하락으로 수출이 부진했다. 일본 기업의 해외진출 및 해외생산 비중 증가도 무역적자 기조에 일조했다. 보고서는 일본 주력 수출제품인 전기·전자 제품과 자동차에서 해외생산 비율이 40%를 넘어선 점이 엔저 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의 한국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과거 엔저 때 수출이 축소됐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우선,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개선되면서 엔저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평가됐다. 경쟁력에서도 한국은 높아졌지만, 일본은 약해져 엔저 영향을 줄였다. 반도체 수출에서 일본은 13.0% 급감했지만, 한국은 12.7% 급증했고, 자동차분야에서도 일본은 7.4% 줄었지만, 한국은 3.9% 늘었다. 중국과의 영토분쟁으로 확산한 반일감정도 한국산 제품 수출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주었다고 산업연구원은 추정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이 수출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이면서 수출규모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2010년 일본 수출의 60.7%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수출 규모가 지난해에는 78.3%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수치와 달리 기업 이익 규모에서는 우려할 모습이 있었다. 기업들에 미친 엔저의 영향을 보면 일본 기업들은 이익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한국 기업들의 이익은 부진을 지속했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규제 완화 등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기업은 해외생산 확대, 시장 주도적 수출품목 개발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