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원칙, 국민의 권리 우선해야"

서헌제 교수, '판례로 본 한국의 정교분리' 주제로 발제
한국교회법학회 서헌제 회장.   ©이동윤 기자

서헌제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제6회 학술세미나에서 "국내의 정교분리에 관련한 판결들이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서 볼 때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며, 또 정교분리의 일관된 원칙이 정립돼 있지 않다"며 헌법이 천명하는 정교분리원칙이 위반돼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판례로 본 한국의 정교분리'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정교분리 원칙과 관련해 공직자의 의무, 국가지원, 종교단체의 권징과 사법심사 등의 문제 등을 다뤘다.

서 교수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은 서로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지만, 어느 쪽을 중심축으로 하느냐에 따라 논의의 전개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실제 사례(판례)에서는 대부분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이 함께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교분리의 주요 내용에 대해, 국교의 불인정과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내용으로 하는 정교분리원칙은 이를 선언하고 있는 헌법 규정의 추상성과 정교분리의 역사성과 문화적 배경의 다양성으로 그 내용을 정형화하기 용이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다종교 국가에서는 정교분리원칙은 흔히 종교차별 금지와 직결된다"면서 "정교분리의 구체적 내용으로 들어가면 종교의 자유와 연계된 사항이 많이 있는데 공직자와 정교분리, 국가지원과 정교분리, 사법권과 정교분리 등의 문제가 주로 다뤄진다"고 했다.

서 교수는 종교법인법 제정여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종교단체의 설립, 관리, 운영 등을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별도의 법규가 없다"며 "다만, 불교에 관해서는 전통사찰보존법이 제정 및 시행되고 있지만 이는 문화재보호차원에서 사찰재산에서 규율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을 뿐, 불교단체 전반을 규율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 종교단체는 극소수만 법인격을 취득할 뿐, 대부분은 비법인 사단 또는 재단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의 종교단체는 외부에서는 전혀 그 실태를 파악할 수 없는 철옹성이 되고 있다며 또한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도 불구하고 특정 종교들은 정부로부터 유무형의 특별한 대우와 세제상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서 교수는 통제받지 않는 종교권력을 효율적으로 규제할 법적 수단으로서 일본과 같이 종교법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주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서 교수는 이들이 종교법인법에 헌법상 종교분리원칙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서 종교단체의 정치자금제공 규제, 정치권의 종교에 대한 혜택부여 금지, 종교인의 정치 관여 범위를 설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종교법인법 제정 움직임은 불교계가 찬성하지만, 개신교와 천주교가 종교법인법의 제정에 강하게 반대해왔다"며 "종교법인법은 종교를 행정당국의 통제 아래 두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서 교수는 "종교법인법 제정은 사이비 단체나 이단들에게 합법화의 길을 열어줘 오히려 또 다른 폐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 교수는 국가조찬기도회에 관련해 "조찬기도회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이 참가하는데 헌법상 정교분리원칙에 반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기도회가 본래 독재시기에 대통령을 위한 기도회로 출발해 정치권력을 종교가 정당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전했다. 현재는 종교단체가 국가권력에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통로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 국가의 고위공직자들이 기도회에 개인적 참석이 아닌 공적 지위로 참석하는 점, 전체 절차 가운데 중요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 대통령의 입장 행사와 대통령을 위한 기도 등 특정 공직자를 위한 기도회로 기획돼 있다는 점 등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 교수는 "공직자가 참석하는 종교행사가 '문화'로서 확립되지 않는다면 모두 위헌이라는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며 대통령 등 주요 국가 인사들이 참석하는 기도회는 일회성 행사로 정치와 종교 간의 지나친 유착관계가 형성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불교계가 주관하는 구국 법회나 연등행사 등에 많은 공직자가 참석해 축사를 하거나 예불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 한 번도 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서 교수는 정교분리 원칙에 관한 쟁점들은 정교분리에 관한 법원과 헌법재판소 판결을 검토한 것 이외에도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 여부, 종교적 성일에 국가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것 여부, 화폐문양이 특정종교를 차별금지로 우대한 것인지 여부, 종교와 과세, 종교시설 내 납골당 문제, 전통사찰보전법의 위헌성 여부 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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