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돔 달군 '뮤직뱅크 케이팝 페스티벌'

스포츠
한국가수 15팀 공연에 4만5천명 열광

 

(도쿄=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지난 13일 저녁 일본 도쿄돔은 케이팝(K-POP)의 열기로 뜨거웠다.

   일본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이 곳 무대에 1988년 개장 이래 처음으로 무려 15팀의 한국 가수가 올랐다. 4만5천여 객석은 이들을 보려는 관객들로 꽉 찼고 3시간에 걸친 공연은 케이팝의 인기를 실감하기 충분했다.

   KBS 2TV '뮤직 뱅크'가 마련한 '케이팝 페스티벌'(Music Bank in Tokyo K-POP Festival)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발매 사흘만에 표 매진 = 공연 열기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엔화 약 1만2천엔(원화 16만원)의 티켓은 지난달 일반인을 상대로 구매 신청을 받은 지 사흘 만에 8만명이 몰리면서 동이 났다.

  
12일 오후 하네다 공항 입국장에는 케이팝 팬 수천명이 나와 한국 가수들을 뜨거운 환호로 맞았다. 가수들이 머무는 도쿄돔 인근 호텔에도 밤 늦게까지 팬들이 목격됐다.

   공연 당일 도쿄돔 앞은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공연 기념품 판매가 시작되는 오전 11시에 맞춰 물건을 사려는 관객들의 줄이었다.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내리쬐는 뙤약볕에도 아랑곳 않고 2시간 넘게 기다렸다.

   회사원 이츠코 호리케(24.여) 씨는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기념품을 샀다"면서 "비스트, 2PM 등 인기 가수들을 한 자리에 볼 수 있게 돼 너무 흥분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쿄돔으로 대규모 관중이 모여들면서 도쿄돔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한인상가 밀집지역 오쿠보 거리도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곳에서 한류 관련 상품을 파는 한 대형 매장은 평일 낮 시간임에도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매장 직원은 "케이팝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평일에도 5천명 정도가 방문하지만 오늘은 도쿄돔 공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다"고 전했다.

  

 


◇3시간에 걸친 공연 '성공적' = 오후 6시30분 케이팝 열풍의 주역 카라의 공연을 시작으로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

   노래 '미스터'와 함께 카라가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했다. 색색의 야광봉으로 4만5천여석의 도쿄돔이 물결쳤다.

   카라는 첫 무대의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는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카라의 박규리와 구하라, 배우 현우가 MC를 맡은 이날 공연은 큰 실수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무대 연출은 단조로운 감이 있었지만 공연장을 달구기에는 충분했다.

   관객들은 박현빈이 '샤방샤방'을 부를 때 일제히 후렴구를 따라하며 호응했고 시크릿이 신곡 '별빛 달빛'을 들려줄 때도 안무를 따라하며 함께 공연을 즐겼다.

   신인인 라니아와 X-5까지 출연 가수들도 무대에서 부담감을 털어내고 뜨거운 공연으로 관객들의 열기에 호응했다.

   백지영은 일본어로 자신을 소개하며 '내가 출연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는 말로 웃음을 선사했다.

   그가 2PM의 택연과 함께 꾸민 스페셜 공연 '내 귀에 캔디'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둘이 밀착한 안무를 선보일 때면 객석에서 여지없이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룹 비스트는 카리스마와 귀여움을 오가는 무대를 선보였고 2PM은 자유분방한 공연으로 즐거움을 안겨줬다. 소녀시대는 화려한 군무와 안정적인 노래로 열기를 끌어올렸다.

   이날 공연의 절정은 동방신기의 몫이었다.

   동방신기가 무대에 등장하자 도쿄돔은 순식간에 함성으로 떠나갈 듯 했다. 팬들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던 만큼 객석 반응은 가장 뜨거웠다.

   동방신기는 명성에 걸맞은 무대를 선보였다. 격한 안무를 선보이면서도 라이브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노래를 들려줬고 무대 위 카리스마는 도쿄돔을 휘어잡기 충분했다.

   마지막 무대는 전 출연자가 무대에 올라 '런 투 유'를 열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동방신기와 소녀시대를 태운 버스가 공연장 양 옆을 돌며 관객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KBS "케이팝 세계화 위해 노력" = KBS가 케이팝의 확산을 위해 기획한 이번 행사는 3개월 넘는 준비기간을 거쳤다.

   김충 책임프로듀서는 14일 "대형 기획사의 가수들을 제외하고 대다수 가수들은 외국으로 진출할 기반이 부족하다. 이런 행사를 통해 우리가 그들에게 파이프라인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연 절차와 진행에 있어 까다롭기로 유명한 도쿄돔이지만 섭외는 물론 공연 구성과 진행, 조명 등 주요 제작부문은 '뮤직 뱅크' 제작진이 주도했다.

   투입된 카메라만 25대, 경호인력 130여명 등 제작 규모는 음악 프로그램으로는 최대 수준으로, 제작비만 71억원에 달한다.

  

 


방송사가 대형 공연을 주최할 때 염가 출연료가 종종 문제가 됐던 경우를 감안해 출연료도 일반적인 유료 공연 수준과 최대한 맞췄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출연 가수 15팀 중 2009년 단독 공연을 열었던 동방신기를 제외하고 모두 도쿄돔 무대에 처음 올랐다.

   소녀시대의 서현은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다. 굉장히 설레고 무대에 섰다는 것 사실이 감동이다"고 감격했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도쿄돔은 추억이 많은 자리"라며 "후배들과 같이 다시 서게 돼 더 기쁘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는 "우리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올라왔기 때문에 후배들이 부러운 면도 있다"며 "물론 그들이 잘해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한 미국 공연기술업체 PRG의 케빈 캐닝 감독은 "케이팝 공연은 처음 봤는데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양국이 케이팝을 통해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게 놀랍다. 한국가수들은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공연을 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KBS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케이팝 확산에 기여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직접 공연을 관람한 김인규 사장은 "TBS와 아사히TV, MHK 등 일본 방송들이 모두 케이팝에 관심이 많다"며 "한류의 글로벌화를 위해 공영방송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22일 한국시간 오후 6시5분 전세계 72개국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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