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고의적 통신장비 훼손' 후 수시간 비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수사방향이 납치 가능성으로 전환되고 있다.
16일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변 14개국이 함정 43척과 항공기 58대를 안다만제도와 벵골만 등 인도양 북부에 파견해 대대적인 사고기 수색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실종 여객기가 이륙 후 7시간 이상 신호를 보낸 사실이 인공위성 자료로 확인돼 수색 범위가 크게 확대됐음에도 최종 위치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실종 여객기가 이륙 후 7시간 이상 신호음을 발신한 것이 확인됐다며 여객기가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서 태국 북부를 잇는 북부항로나 인도네시아와 인도양 남부를 연결하는 남부항로 중 한 곳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말레이시아 당국도 실종 항공기 조종사들의 집을 수색하고 승무원·승객의 개인 신상 조사를 강화하는 등 수사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공중 폭발 등의 테러 가능성 보다는 조종사나 탑승객에 의한 납치 쪽으로 수사 방향을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조종사 자하리 아흐마드 샤(53)와 파리크 압둘 하미드(27)의 심리적 상태, 가족생활, 관련 인물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날 경찰관들이 두 조종사의 집을 2시간 정도 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보 관리들도 조종사들이 이번 실종사건의 책임자들이라는 가설에 기대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항공 전문가들도 9·11테러 방식의 항공기 납치나 조종사 자살기도 등 조종사가 사건에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항공보안 전문가 크리스 예이츠는 북부항로를 택했을 경우 이론상 경로에 있는 국가들에 포착되고 격추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까지 아무 흔적도 드러나지 않은 만큼 사고기가 북부경로를 비행했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열 추적장치가 탑재된 항공기를 동원해 안다만제도를 사흘째 수색했으나 잔해를 발견하지 못했다.
미국 7함대 소속 구축함 키드와 최첨단 해상 초계기 P-8A 포세이돈으로 벵골만 만쪽 해역과 인도양 북쪽 해역을 수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또 인도 남부도시 첸나이 항공 당국은 말레이시아 정부 요청으로 지난 8일 이후 벵골만 등 관할구역 내의 모든 항공기 비행 데이터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싱가포르경영대 항공전문가 터렌스 판은 "자살기도 가능성이 있다"며 "그 경우 항공기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바다로 추락했을 수 있어 잔해가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