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경영 칼럼] 우리에게 미래가 있는 걸까?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기독경영연구원

어제 아침에 오랫동안 뵙고 싶었던 김수지 선생님을 만나 정말 반가웠다. 한동안 국내서 근황을 접할 수가 없어 궁금했었는데, 멀리 아프리카에 계시다는 것과 잠시 한국에 들렸다는 소식에 짬을 내 조찬을 하게 되었다. 은퇴하시거나 해외서 노후를 편하게 보내시려니 한 내 생각은 극히 세상적인 것이었다.

지금 아프리카의 말라위라는 나라에서 간호사를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단다. 말라위는 1인당 국민소득 250 달러 내외, 평균수명 39세의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다. 물론 우리와는 외교관계도 없는 국가이다. 김선생님은 한국인 간호학박사 1호로 간호계의 노벨상이라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을 받았고 서울사이버대학의 총장도 역임하셨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69세의 나이에 아프리카로 건너가 4년째 간호대학장직을 무보수로 맡고 계신단다. 반가운 마음에 시작한 아침식사가 자꾸 목에 걸리고 부끄러운 생각만 든다.

더욱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건 신문 1면을 장식한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 소식이었다. 지역병원의 휴진 참여율은 30%에 달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도 30% 가까이가 이에 동참했단다. 시계가 없어 학교에 지각하는 말라위 간호사 지망 학생들에게 '여러분의 5분 지각에 한 사람의 생사가 달려있다고' 야단치신다는 선생님이 휴진하는 전문의 수련생들에게는 무어라고 말씀하실까? 가슴이 답답하다.

아담 스미스는 개인의 자유로운 이기적인 행동이 시장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나도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이를 존중한다. 그러나 때로는 집단지성이 작동하지 않는 이런 경우도 적용될까 걱정되기도 한다. 어찌 그 뿐이겠는가. 소치의 영웅이 된 안현수 선수를 러시아로 귀화하게 만든 우리의 체육계 풍토, 오늘날 뉴욕타임즈 장학생이 된 장애학생을 체벌과 왕따로 일찍이 미국으로 보내야 했던 우리의 학교 분위기,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세 모녀가 목숨을 끊는 사회가 우리의 현주소이다. 심지어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관료사회, 그 중에서 국정원까지 가짜서류를 만드는 세상이라면 희망은 없다. 한국은 물질적으로는 2만 달러를 넘어서며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아직 부족한 것이 있다면 신뢰, 배려, 자기희생의 정신이다. 이러다보니 부정과 부패, 이기심, 무관심, 왕따가 판을 친다. 대통령도 지난 조찬기도회에서 부정과 부패, 도덕성의 추락을 너무 방치해 왔다고 한다. 사실 이를 개혁하지 않고는 우리에게 선진국의 희망은 요원하다.

우리가 개도국의 굴레를 벗고 진정한 선진국의 대열에 들고 싶다면 이제는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지난 50년, 1인당 국민소득 1백 달러에서 2만5천 달러의 소득으로 올라서는 동안 우리 경제는 자본과 노동의 투입에 주로 의존해 왔다. 1980년대 GDP성장률이 9%에 이르던 시기에 자본의 기여도가 6%를 넘었으나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2%로 하락하였다. 뿐만 아니라 노동의 기여도는 더욱 하락하여 1.1%에서 0.2%로 추락한 상태이다. 앞으로 우리가 경제성장을 지속하려면 이제는 자본이나 노동의 양적 투입을 늘이는 것이 아니라 요소생산성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고 본다. 결국 우리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다.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창조능력, 경제개방성, 제도, 사회환경 등이 있다. 이중에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신뢰, 투명, 정직, 자기희생 등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자본이다.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국민의 신뢰수준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국민들 대부분이 규정을 지키기 보다는 적당히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고(50.1%) 믿으며, 교통신호 등의 위반에는 익숙해 있음(48.3%)을 보았다. 공적인 일의 처리에도 지인을 배려한다는 사람이 많으며(85%), 우리사회가 편법에 의존하는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85.7%에 달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도 성공하면 용서하는 사회라고 믿는 사람이 84%에 이른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사회지도층에 대한 신뢰는 23.5%로 극히 낮게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저신뢰 사회로 추락하게 된다. 이미 많은 연구가 보여주듯이 낮은 신뢰수준과 높은 부패정도는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부패지수가 OECD 국가의 평균만큼만 나아지더라도 0.65%p의 GDP 상승효과가 있다고 한다.

신뢰라는 단어가 정치적으로 선점되긴 했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스스로 정직하고 겸손하며, 남을 배려하고, 조직을 투명하게 하여 신뢰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제안해 본다. 사회지도층이 회개하고 먼저 나섰으면 좋겠다. 제2, 제3의 김수지 선생님이 나올 때 선진국으로의 불씨도 다시 살아나리라 믿는다.

기독경영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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