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안보이게 된 뒤 더 많은 것 본다…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

개그맨 이동우(44)는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고 시력을 잃었다. 앞을 볼 수 없게 된 뒤 그러나 '슈퍼맨 프로젝트'를 벌이며 오히려 더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철인3종 경기 완주, 재즈보컬 웅산(41)과 함께 첫 솔로 재즈앨범 발매 등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은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이다.

이동우는 12일 "실명을 하고 장애인이 돼 여러가지 일을 새롭게 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동우는 이 연극에서 왕년에 연기파배우로 이름을 떨쳤으나,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어 모든 꿈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성구'를 연기한다. 성구에게 어느 날 열 살 된 딸이 나타나면서 작은 기적이 벌어진다.

"저보다 훨씬 더 아프고 쓸쓸하며 고독한 분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외국에서는 마음의 병이 생기면, 슈퍼마켓 찾듯 정신병원에 가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못하죠. 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가족에게도 숨기죠. 그런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 나서야 하는데 자신과 같은 '딴따라'가 제격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예술, 연기, 노래를 하는 사람들, 즉 '딴따라'가 가능한 일이더라고요. 지금 얼마나 행복한 지 몰라요. 세 가지(철인3종 경기·재즈 가수·연기)를 다 하면서, 결과와 성과에 상관 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위안을 얻으셨으면 했어요. 저도 행복하고요. 결국 궁긍적인 나눔이 이런 게 아닌가 생각했죠."

지금까지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됐다. "이동우가 처음부터 슈퍼맨이었던 것은 아니죠. 하하하. 만들어지고 길러졌어요. 어마어마한 조력자들이 곁에 계셨죠. (자신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아이돌 회사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하는 일이 무슨 돈이 된다고 허락했겠어요. 돈이 아니라 꿈을 봤기 때문이죠."

이동우는 자신의 딸을 생각하며 3년 전부터 이 공연을 기획해왔다. "극중 딸이 제 딸과 비슷한 나이에요. 딸과 함께 생활하면서 비록 어린 아이지만, 새롭게 보게 된 것이 많아요. 뒤틀리지 않은 가족 관계, 사랑의 본질 말예요. 딸의 순수한 마음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죠."

연출을 맡은 손지은씨는 이동우와 작업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다. "모든 게 오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일반 배우들하고 작업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했죠. 선배님이 저희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을 알고 뭉클했어요."

성구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황호진'을 연기하는 김호진은 "동우 형에게 배려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성구의 딸 '오단아' 역은 김예원, 이연수가 나눠 맡는다. '허세미' 역은 황지영이 연기한다. 4월 6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볼 수 있다. SM C&C.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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