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당사자인 유우성(34)씨가 12일 증거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1시간20여분만에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유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이날 검찰은 유씨를 상대로 일문일답 형식으로 참고인 신문 조서를 작성하며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유씨 측은 "신문 조서가 작성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공판 과정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날 검찰은 유씨에게 옌볜조선조치주 공안국이 발급한 북·중 출입경기록과 싼허(三合)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서 등 유씨가 법원에 제출한 문서의 진위와 입수 경위, 절차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서 위조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진본이라고 회신한 유씨 측 문서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반면, 유씨는 위조 여부에 대한 회신이 온 만큼 위조 의혹과 관련된 국정원 및 검찰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변은 이날 수사팀에 유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의 조건으로 ▲유씨에 대한 무죄 확정 ▲유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 취하 ▲1심에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들에 대한 수사 착수 등을 전달했지만 수사팀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민변은 유씨와 함께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문서 위조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만 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민변 소속 김용민 변호사는 "수사팀이 요구하는 수사 대상과 방식에 모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변호인 측이 제출한 문서가 제대로 발급됐는지를 물어보기 위해 유씨를 불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수사가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검찰을 신뢰할 수 있는지 의구심만 남았다"며 "수사팀은 위조 여부가 아니라 위조 의혹과 관련된 피의자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씨 역시 "오늘 검찰에 출석해 담당 검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을 줄 알았다.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모두 설명하려 했지만 끝까지 조사를 고집하는 검찰의 태도에 (조사를 거부하고) 나오게 된 것"이라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검찰이 결코 문서 위조 사실을 모른 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진상이 규명돼 다시는 억울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씨는 2004년 탈북한 뒤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간첩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8월 1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과 여권법 위반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유씨에 대한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지난 11일 전산 전문가로 알려진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를 결심 공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항소심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는 오는 28일 유씨에 대한 심리를 마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