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자살률, '무한경쟁의 톱니바퀴에 끼어 죽는' 행복하지 않은 사회 '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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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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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술원 제36회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 '자살 대책과 한국교회' 주제로 개최
곽혜원 박사는 "IMF 외환위기가 일어났던 그 이듬해인 1998년을 결정적 분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살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된 이래로, 2003년(2002년 카드대란 다음해)과 2009년(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다음해)을 중간 분기점으로 우리나라 자살률은 오히려 가속도가 붙어서 점점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혜원 박사

자살 문제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모순이 총체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비롯된 최종적 산물'이라며 현재 한국사회를 날카롭게 진단한 발표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자살 대책과 한국교회'라는 주제의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36회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에서 곽혜원 박사(21세기교회와 신학포럼 대표)는 "우리 사회의 자살문제는 유능한 사람만이 이상적 인간형으로 부각되어 성공과 출세라는 무한 경쟁의 톱니바퀴에서 뒤처진 사람을 실패자ㆍ낙오자ㆍ패배자로 낙인찍어 버리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배태된 현상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무한 경쟁의 톱니바퀴에 끼어 죽거나, 상대적 박탈감 속에서 한을 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없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고 촉구했다.

그는 "사실 실패한 사람ㆍ가난한 사람이 살아갈 존재가치를 잃어버리는 사회는 자살을 조장하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이러한 사회는 소수의 승자에게는 한없는 축복과 희망의 유토피아(utopia)가 되겠지만, 다수의 패자에게는 더없이 두렵고 잔인한 지옥, 디스토피아(dystopia)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곽 박사는 "일반적으로 무한 경쟁과 상쟁이 사회적 에토스를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도가 낮고 자살률이 높은데, 이는 다른 사람들의 화려해 보이는 성공과 자신의 초라한 처지를 비교ㆍ경쟁하면서 질시와 분노의 마음을 키운 결과, 사회 구성원들의 내면생활은 점점 더 황폐해져 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반해 경쟁의 강도가 낮고 사회적 실패를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대체로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도가 높고 자살률이 낮은 경향이다"며 "그러므로 인간은 누구나 부자나 빈자나, 성공한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이나 그 존재 자체만으로 생명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에토스를 조성하는 것이 자살예방을 위한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선결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덧붙여 "사실 무한 경쟁사회에서는 실패자와 낙오자만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성공하고 출세한 사람도 불행한데, 이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잇따르고 있는 엘리트 계층의 자살사례에서 잘 드러난다"며 "결국 앞만 보고 달려온 엘리트들의 자살은 한국 사회가 치닫고 있는 성공 지향주의 및 성장 제일주의, 목표 달성주의에 대한 귀결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고 했다.

곽혜원 박사는 "미래를 짊어져야 할 10대부터 인생의 황금기인 20대와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로 모두 자살이 지목되고 있다"며 또한 "사회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할 뿐만 아니라 가정적으로도 가장 큰 책임을 짊어진 40대와 50대에서는 자살이 사망원인 2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혜원 박사

또한 그는 "한국 사회 안에 팽배한 사회경제적 부정의를 철폐하고 사회 전반에 공평(公平)과 정의(正義)를 구현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편법과 불법, 불공정과 부조리가 난무하는 사회에서는 열심히 일할수록 억울함과 좌절감을 느끼며 부의 불공정한 분배로 인해 생활고가 도무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지 못할 때 깊은 절망감 속에서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야훼의 공의에 관한 책'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성서(특히 구약성서)가 사회경제적 공평과 정의를 매우 중시한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경제적 공평과 정의는 야훼의 공의가 이 세상 속에 올바로 실현되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척도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곽혜원 박사는 실제 "IMF 외환위기가 일어났던 그 이듬해인 1998년을 결정적 분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살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된 이래로, 2003년(2002년 카드대란 다음해)과 2009년(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다음해)을 중간 분기점으로 우리나라 자살률은 오히려 가속도가 붙어서 점점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가 거대한 자살현상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도 이 사회가 살아가기에 매우 힘들고 버거운 사회로 되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도 했다.

곽 박사는 "최근 한국 사회에는 생명과 죽음에 대한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는데 우리 주변의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사이코패스나 범할법한 극악무도한 범죄들도 자행되고 있다"며 "생존의 벼랑 끝에 서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과 잔혹한 살인이 서로 맞물려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남을 죽이는 반(反)생명적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죽음을 기피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가지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의 감정인데, 이러한 인간의 일반적 감정에 전적으로 반하는 자살이 많이 일어나는 사회는 그 어떠한 사유와 명분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결단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닐 것이다"고 했다.

곽 박사는 "우리 민족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현세의 삶에 강한 애착을 보여 왔는데, 때로는 생명을 사랑하다 못해 현세의 삶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이러한 현세의 삶에 대한 애착은 삶과 죽음에 대한 전통적 이해가 집약적으로 응집된 상장례(喪葬禮)를 위시해서 삶의 요소요소에 대단히 적나라하게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사회변동 속에서 우리 사회의 결속력이 급속도로 해체되어 가는 상황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도 분석하며 "이는 곧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돌보지 못한 공동체의 실패를 드러내며, 어려운 중에도 자신을 붙들어줄 공동체적 사랑과 연대의 끈끈함이 존재한다면, 차마 이 세상을 그토록 속절없이 떠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서구 사회가 오랜 기간 이룩한 산업화와 근대화, 민주화를 세계사에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성취하여 기적적인 경제성장과 사회발전, 민주주의를 이룩했지만, 그 이면에서 삶의 의미와 생명의 가치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 극도의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곽혜원 박사는 "한국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를 15년가량 유지하고 있는 비상상황"이라며 "매스컴에서는 OECD 자살률 1위가 2004~2005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998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곽혜원 박사

곽 박사는 "한국 교회의 시대적 사명은 교인들의 영혼 돌봄 시스템을 정착시킬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사적 질곡 속에서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어 오면서 황폐해진 우리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다"며 "현대인들의 영적ㆍ정신적 욕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영성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과제로 내놨다.

또한 "지역사회 안에 촘촘하게 자리 잡은 교회가 구심점이 되어 지역 주민들을 잘 보살피고 치유하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경주한다면, 높은 자살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며 "그 일환으로 지역적으로 거점교회를 정하고 사회복지관, 정신보건센터, 경찰서, 소방서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과 연계해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사회를 안전한 치유 공동체로 만들어 가는 데 앞장 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 박사는 덧붙여 "한국 교회 안에 팽배한 죽음교육 부재와 죽음에 대한 잘못된 이해, 성숙한 죽음의식의 결여는 개신교인들이 쉽게 자살하는 세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며 "그동안 개신교 신학의 역사에서 삶과 죽음은 상호 적대적 관계로 이해되어 왔는데, 죽음의 권세를 멸하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부활신앙으로 말미암아 죽음과 죽은 자들, 죽음의 세계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결정적 근거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신교는 죽음과 관련된 모든 개념을 금기시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삶과 죽음은 상호 불가분리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죽음을 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자세는 죽음의 이중성ㆍ양면성을 직시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삶을 사는 전제가 돼야 할 것이다"고 했다.

그는 "곤고한 삶의 여정 속에서 자살의 유혹을 받는 상황에 처할지라도 고난과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연합함으로 기뻐하는 가운데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삶을 살자"고 격려했다.

또한 한국교회의 근원적 과제는 '생명의 영이신 성령 안에서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vificans)을 선포하는 일'이라며 "생명의 파괴와 죽음과 절망이 만연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국 개신교는 창조된 모든 만물에 생명을 부여하시는 생명의 원천이자 존재의 근원인 '성령', 생명을 주시는 주님께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님은 죄로 인해 죽어가는 모든 피조물들을 살리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기 때문이다"며 "21세기 한국 개신교는 자살의 암울한 그림자를 걷어내어 생명의 기운을 확산시키고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데 온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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