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한국교회 연합운동 대토론회'가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한영훈 목사) 주최로 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는 지난달 27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은 한교연에 연합운동 통합 방안을 제시한 것에 대한 답변 성격으로, 한영훈 한교연 대표회장은 이날 대토론회와 17~18일 한교연 임원 워크숍 후 구체적인 한교연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날 대토론회에 대한 관심은 어느때보다도 높았다.
전광훈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한영훈 대표회장의 인사말과 김재성 박사(국제신대 교수)와 박명수 박사(서울신대 교수)의 발제, 자유토론, 김춘규 장로(한교연 사무총장)의 광고, 최순영 목사(예장대신 총회장)의 마침기도 순으로 진행됐다.
김재성 교수는 '21세기 한국교회의 연합운동 방안: 한국교회의 갱신과 목양적인 섬김으로 나가야 한다'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연합'을 만들게 된 사태는 한국교회의 마지막 회복과 갱신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관행적인 행사를 과감히 탈피하고 도덕적 갱신과 복음적 목양 기관으로 신뢰를 쌓아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먼저 대형집회 위주의 연합운동과 그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대형집회 위주로 진행된 과거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에 아무런 감동이 없는 이유가 바로 죄인임을 철저히 자각하지 않고, 허공을 가르는 겉치레 행사에만 그치기 때문"이라며 "기독교 연합 모임에서 감동이 있었던가. 누구의 설교와 기도에서 눈물을 흘리며 회개했던가. 제발 이제는 사람들에게 경쟁적으로 과시하거나 보여주는 식으로 모이는 연합행사, 감동이 없는 정치성 행사는 교회연합 단체의 프로그램에서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정치적 에큐메니컬 운동이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의 분열에는 급변하는 세계 교회의 흐름이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에큐메니즘 운동을 주도한 WCC가 동방정교회를 포용하는 연합운동을 표방하면서 태동했는데, 한국교회에는 너무나 큰 갈등과 분열을 심어놓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세계 초교파 에큐메니칼(교회일치) 운동은 진정한 교회연합의 정신을 구현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말았다"면서 "20세기 세계 교회협의회가 내놓은 교회 일치운동(에큐메니즘)은 한국교회 연합 운동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세속 정치의 관행을 흉내 내는 기독교 지도자들의 문제점도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목회자들이 명예욕과 권세에 집착하는 세상 권세자들을 닮아가고 있고, 교회연합단체를 출세의 수단처럼 착각하고 있다"며 "단체장의 자리를 맡으려고 무리하게 연임하기도 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자리를 쟁취하는 싸움들이 지속됐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그는 한국교회는 지금 기독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했으며, 부패한 교회들과 교회 갈등의 현장에 연합기관들이 나서서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한국교회 연합단체는 외부의 침입자들로부터 양들을 지키는 목동의 사명을 다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어 박명수 교수는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현황과 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박 교수는 현 한국교회의 위기는 내부로부터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각종 선거에 나타난 금권문제, 대형교회의 리더십 이양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문제, 무분별한 교회 개척으로 인한 신뢰도 추락, 연합운동의 위기 등이 한국교회의 커다란 문제점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현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가장 큰 과제는 대표성을 지닌 연합단체의 탄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기관에 한국교회를 대표하기 위해 ▲다른 종교와의 관계에서 기독교를 대변할 연합기관이 필요해서 ▲대사회적으로 기독교를 대변하기 위해 ▲한국교회 내 수많은 갈등을 조정할 기관이 필요해서 등의 이유로 한국교회를 대표할 연합기관이 존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우선 종교인의 과세, 종교교육문제, 해외선교사 신분보장문제, 교과서의 기독교 왜곡 축소문제, 기독교 근대문화 유산의 보호 등의 문제를 두고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형교회 리더십 교체와 개척교회 목회자 생계 문제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연합기관이 다종교 사회에서 기독교를 대표해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과 반기독교 운동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들의 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한 그 단적인 예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 등 연합운동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교연은 한기총을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출발했다. 한교연은 2012년 3월 29일 공식 출범하며, 초대 대표회장으로 김요셉 목사를 선출했다.
지난날 한교연과 한기총 양 단체는 성명서 남발 등 대립 양상을 보였고, 이것은 부활절연합예배 등 연합예배의 분열로도 이어졌다. 한국교회 연합단체의 분열은 연합단체가 담당해야 할 연합사업 등에도 차질을 빚게 했다. 또 연합단체가 정부와 사회에 한국교회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의 양상은 최근 한국교회 구성원들의 통합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우선 지난 1월 21일 홍재철 대표회장 한기총 당선 기자회견에서 한교연과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홍 대표회장은 지난 2월 27일 '한교연과 통합을 위한 9인위원회'를 구성하고 5월 내로 1차 협상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발표했다. 홍 대표회장은 연말까지 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대표회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대표회장 임기 2년 중 1년만 수행한 뒤 사퇴해, 다음 대표회장이 이를 이어받아 완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영훈 한교연 대표회장은 한기총의 이러한 통합 제의에 진실성이 담보됐는지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 회장은 "저는 제왕적 대표회장이 아니고, 한교연은 34개 교단과 10개 단체의 연합이므로 먼저 회원들의 뜻을 묻고 이에 따르겠다"고 통합 논의에 답변한 상태다. 6일 대토론회와 오는 17~18일 한교연 워크숍을 통해 한교연 소속 교단의 의중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의 연합기구 통합 흐름이 결정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