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적 정보를 조회하기 위해 허락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했더라도 학적 정보를 조회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해 학적을 조회한 혐의(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된 김모(7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만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에서 소지자의 허락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함부로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개인 식별 확인 등 특정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주민등록번호 부정사용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씨가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한 뒤 사정을 모르는 대학교 학적조회팀 담당자에게 이를 발송한 것만으로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한 범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아파트 동대표 선거관리위원장이 아니었던 김씨가 마치 동대표선거 후보자의 학력 조회를 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해 타인의 학력 정보를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동대표선거에 필요한 것처럼 정보처리담당자에게 거짓 내용을 알린 행위는 부정한 방법이라고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김씨는 직원채용을 가장해 박모씨의 주민등록번호를 제공, 대학 학적조회팀으로부터 박씨의 학적 정보를 알아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B씨에 대한 학적 정보가 해당 대학교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해 150만원의 벌금을 납부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2심은 "김씨가 B씨의 주민등록번호를 허락없이 함부로 이용해 특정 용도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해 1심 판결을 깨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