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민 칼럼] 세월에 녹슬지 않은 순수

엄영민 목사   ©오렌지카운티제일장로교회

지난 주일에는 필자의 오랜 지인인 엄기호 목사님이 오셔서 설교를 전했다. 필자가 우리 교회를 섬기는 동안 나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우리 교회 강단에 서는 분은 엄 목사님이 처음이시다. 엄 목사님과는 같은 성을 가진 흔치 않은 종씨 목사님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엄 목사님이나 나나 종씨라는 혈연에 별로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엄 목사님은 오래전 대학시절 UBF라는 대학생 선교회에서 만난 인연이 크다.

그 때 이후로 사실은 근 30년 간 서로 연락도 없이 지내온 분이기도 하다. 다만 그 때 내가 엄 목사님에게서 받았던 인상이 너무나 좋았고 30년 후인 작년에 뜻밖에 엄 목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와 만나 뵌 후 30년 전의 순수와 열정이 여전히 변함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다시 한번 감동을 받아 복음에 대한 그 변함없는 열정을 우리 성도들과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모시게 된 것이었다. 대학시절, 아는 친구의 소개로 UBF라는 대학생 선교회에 처음 참가하게 되었었는데 엄 목사님은 그 곳에서 이미 열심히 섬기고 있는 간사였다. 나이는 나보다 조금 어리셨지만 복음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고 그 열심으로 같은 또래의 대학생들을 열심히 전도하고 있었다. 20대 초반의 깨끗한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이 가득했고 조금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가슴에 부글부글 끓는 듯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참 귀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대학생 시절인지라 열정을 가진 청년들이 적지 않았지만 엄 목사님은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일 정도로 뜨거웠다. 그러나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가끔씩 그때 그 열정의 젊은이는 어떻게 지낼까 궁금했다. 그렇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젊은 시절 한 때 펄펄 끓다가 취직하고 결혼하고 나이 들면서 서서히 식어가는 것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 해 엄 목사님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미국 방문길에 우연히 어디선가 내 이름이 적힌 것을 보고 혹시나 해서 연락을 해 보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곤 우리 교회를 방문한 후 식사를 함께 나누었는데 목사님의 모습은 역시나 변했으리라 생각했던 내 예상을 완전히 깼다. 당시 선교회에서 함께 생활하던 자매와 결혼한 목사님은 결혼 후 한국 최고의 직장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은행에 사표를 내고 중국 선교사로 나가 지금까지 근 20여년을 선교에 헌신해 오고 있었다.

20여년 동안 얼마나 그곳 사람들을 사랑하고 헌신했는지 엄 목사님의 모습은 거의 중국사람 같았다. 중국말도 유창했다. 겉모습은 소박했지만 말을 몇 마디 나눠보니 30년 전의 그 열정이 느껴졌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젊은이들을 향해 품었던 그 열정이 이제는 고스란히 중국 사람들을 향해 부어지고 있다는 점뿐이었다.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젊은 날의 순수와 열정을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는 그 모습이 고맙고 감사했다. 세상도 빨리 변하고 사람도 시시때때로 변하는 이 시대에 그래도 이런 복음의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다. 복음이란 이렇게 우리를 영원히 순수하고 영원히 가슴이 뜨거운 젊은이로 살게 하는구나 하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엄 목사님처럼 여러분과 나의 순수와 열정도 그렇게 세월에 녹슬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ㅣ오렌지카운티제일장로교회 엄영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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