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수료 일괄인하 요구에 '반발'

금융·증권

   여당에서 카드 수수료율 차등 부과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로 하자 신용카드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비씨카드, 삼성카드[029780], 현대카드, KB국민카드, 하나SK카드 등은 지난 17일 중소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2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수수료율도 1.8% 이하로 낮췄는데, 여당 등에서 이같은 방안을 거론하자 격분하는 분위기다.

   이들 카드사는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로 올해 순익이 2천여억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모든 업종에 대해 수수료율을 같게 매기면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7조1천949억원이며 이 가운데 가맹점 관리비, 결제망 비용 등을 제외하면 대략 1조원 미만이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음식업중앙회 등이 요구하는 1.5%의 수수료율을 모든 업종에 적용하면 사실상 수익성이 없어 수수료 장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카드사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율 차등 부과를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 등에 올라오면 다양한 입장을 개진해 카드업계와 가맹점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여신금융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대형가맹점 중에서 수수료율이 1.5%인 곳은 주유소 정도밖에 없고 대형가맹점 평균은 2% 초반대"라면서 "모든 업종에 1.5%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모든 카드사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발의한 법안처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등부과하지 않을 경우 현재는 모든 업종의 평균 수수료율이 2.07%라서 오히려 1% 중후반대를 적용받는 중소ㆍ영세 가맹점들이 역차별을 받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기업의 경영 활동에 정부와 여당이 나서 가격 결정 구조를 강제한다는 것 자체가 반시장 논리며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불만도 크다.

   A카드사의 관계자는 "워낙 여론이 좋지 않아 카드사들이 대놓고 반발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모든 업종의 카드 수수료율을 1.5%로 맞춰서 적용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자본시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카드사들이 지난 17일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발표했으니 일단 1~2년 시행해본 뒤 추가 인하 여지가 있으면 내리는 게 정상적인 수순"이라고 말했다.

   B카드사의 한 임원은 "정부 지분도 없는 사기업의 활동에 대해 정부가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것은 전형적인 반자본주의적인 발상"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카드사를 압박하면 결국 살아남고자 다른 부가 서비스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C카드사의 담당자는 "여당의 주장대로 카드수수료율을 1.5%로 모두 낮췄다가 적자 나서 망하는 카드사가 생기면 정부가 공적자금을 출연해 구제해 줄 자신이 있느냐"면서 "현재 카드 수수료 인하 건이 경제 논리가 아니라 지나치게 정치 논리로 흐르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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