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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부터 가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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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올해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사망자(2009년 기준)는 28.4명으로 33개 OECD 국가 중에 가장 많았다.
실제 통계청 조사에서도 2009년 자살사망자 수는 1만5천413명으로 하루 평균 42.2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 전년의 1만2천858명에 비해 19.9% 늘어난 것이며, 10년 전인 1989년(3천133명)과 비교하면 무려 5배 이상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자살은 교통사고와 암(癌)을 제치고 10대부터 30대까지의 사망원인 1순위로 기록됐으며, 40대와 50대에서도 암에 이어 2순위의 사망원인이 되고 있다.
학교는 더이상 배우는 기쁨을 제공해주는 곳이 아닌, 무한경쟁 시대가 낳은 폐해가 적용돼 배움 자체의 의미를 잃은 곳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이 4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었다. 한국의 대표 영재들도 피할 수 없었던 억눌림에 결국 자살을 택해 행복이 없는 세상을 탈출하려 했던 것이다.
한국형 토종 백신인 V3 개발로 유명한 안철수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생역경과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초등학교 시절의 그는 공부도 운동도 못했던, 반 학생 60명에서 30등 정도였던 평범한 소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부모님에게서 ‘공부해라’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또한 어머니가 자신에게 지금까지도 존댓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유명한 백신개발자이자 성공한 CEO 출신 안철수의 겸손하고 온화한 모습과 삶을 살아가는 열정적인 방식은 그가 어렸을 적 자라온 행복한 환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 아이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공부, 영어, 성적, 교육, 입시’가 아니라 ‘자존감, 사회성, 우정, 사랑, 유머, 낙천적 사고, 그리고 행복’까지 포함됐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가져야 할 가치관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아는 부모는 적다. 행복하기 위해 교육을 받지만, 교육 때문에 아이들은 오히려 불행하다.
이 책의 저자인 에언스트 프리츠-슈베어트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빌리-헬파흐학교(우리나라의 중고등 학교에 해당)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과정으로 ‘행복수업’을 교육하고 있다.
그는 “연습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 아이들을 믿어주고, 잠재력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중요한 역할이 교사에게 부과되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이 과연 장기적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은 부모와 아이가 같이 열심히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행복’ 교과목에서 체험과 연극을 통한 교육의 유희적 요소들을 체육학 및 긍정 심리학과 결합시켰다. 또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공동체를 위해서 중요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행복감도 높여준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생생하게 체험하게 이끌었다. 1년간의 수업 성과들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면서, 여기 참여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많은 행복감을 느꼈고 학교공동체를 더 가치 있게 생각했으며, 무엇보다도 삶의 의미를 더 깊이 느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후 그의 ‘행복수업’은 독일 내 더 많은 학교로, 그리고 다른 분야로도 확대 시행되면서 다수의 학생, 운동선수, 재활환자 등이 행복 훈련의 혜택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도 행복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멀리 생각해보면 하버드 대학교의 ‘행복학’ 강의 같은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책에서 저자는 “교육에 있어서 부모와 교사의 우선적 과제 중 하나는, 아이의 행복 능력을 후원하는 일이고 이를 위해 아이가 인생의 의미를 찾도록 돕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아이를 강하게 만드는 일과, 자유, 평등, 연대 등 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전달해주는 일은 서로 모순이 아니다. 인생의 행복에는 단순한 생존 능력 외에도 삶의 기쁨도 포함되며,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느긋하게 스스로에게 농담을 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포함된다”라고 말한다.
또 아이를 강하게 하는 것은 “아이의 학교 성적과는 무관하게 부모가 늘 아이를 밀어주고 인정할 때와 자기 아이가 제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부모가 신뢰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 에언스트 프리츠-슈베어트 소개
1948년 독일 풀다에서 출생한 저자는 경제학 및 법학을 전공하고(1972~1976), 바덴 뷔어템베르크 주에서 교육계에 투신했다. 2000년 이래 하이델베르크 빌리-헬파흐 학교의 교장으로 있으면서 2007년부터 “행복”이란 이름의 교과목을 창설해서 아이들의 행복 증진을 위한 교육에 헌신하고 있다. 이 “행복” 과목은 2년제 직업학교라든가 재활병원 또는 유소년축구팀 등의 기관이나 조직으로 확대되어 크게 환영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주변국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