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처음 개봉해 10여년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마법의 판타지를 심었던, 조앤 롤링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해리포터’ 시리즈의 완결편이 13일 개봉했다. 지난 주말 해리포터의 고향 영국에서 열린 마지막 시사회엔 전 세계 수천명의 팬들이 모였다. 이들 대부분은 10여년간 이어진 해리포터 시리즈와 함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20대 성인들. 레드카펫 행사를 보기 위해 며칠간 노숙도 불사했다.
1997년 해리포터 시리즈 제1권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영국에서 출간된 것을 시작으로 2007년에 나온 제7권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까지 전 세계 67개 언어로 번역돼 무려 4억권이 넘게 팔려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시리즈도 2001년 처음 개봉한 후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상영됐고, 전 세계적으로 64억 달러(한화 약 7조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2천41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시리즈 영화 사상 최다 관객 기록 보유하고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폭발적인 인기는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몰고 왔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이를 소재로 한 영화, 캐릭터 상품은 전 세계 곳곳에서 동이 났다. 청소년들 사이에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법 주문 외우기 게임이 성행하고, 소설 속 마법지팡이 같은 물건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한국에도 해리포터 팬클럽 홈페이지가 1,200여개에 달한다.
이 시리즈는 주인공 해리포터가 사악한 마법사(볼드모트)에게 부모를 잃고 친척집에서 온갖 천대를 받으며 자라다가 자신에게 마법능력을 지녔음을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매 시리즈는 해리포터가 호그와트 학교에서 마법을 배우며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악의 세력을 이끄는 볼드모트와 대항하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마법과 환상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옆집의 평범한 아이가 혹시 마법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끔 강력한 현실감을 갖고 마법사 이야기를 형상화했다. 장르는 ‘판타지’이지만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감정과 삶의 가치를 다룬 것이 인기비결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해리포터 시리즈 둘러싼 기독교계의 찬반 논쟁
기독교계에서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찬반논쟁을 계속해 왔다. 시리즈를 비판하는 이들은 성경에서 금기시하는 ‘마법’을 비롯한 주술적 세계를 다뤄 어린이들을 현혹케 한다는 입장이다. ‘해리포터와 성경’의 저자인 리처드 어베인스는 “마술과 같은 이교적인 내용과 도덕적 상대주의 등 반기독교적인 가르침을 아이들에게 심고 있다”고 지적하며 “더욱 많은 아이들이 악령에 의한 마법같은 이교적인 예술 안에서 장난칠수록, 어른들이 더욱 심각한 고민을 해야할 것”이라고 영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2002년 미국 한 교회는 “해리포터가 어린이들을 마술이라는 환상에 빠지게 해 마녀나 마술사가 되고 싶게 하고 있다”며 수백명의 군중이 모인 가운데 책을 불태웠다.
필리핀 가톨릭교회도 해리포터가 “어둡고 공포스러운 장면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브리스틀의 주교는 어린이들을 ‘소비자 노예’가 되게 한다는 이유로 해리포터 매니아들을 비난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2005년 “해리포터 시리즈가 어린 영혼을 유혹하고 기독교 정신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2007년에는 작가가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장 덤블도어를 동성애자라고 밝혀 미 보수 기독교인들에게 판매 금지 촉구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해리포터에 찬성하는 입장은 부모들의 적절한 독서 지도만 있다면 아이들의 창의력을 넓혀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 견해다. ‘해리포터를 기독교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의 저자 존 호우튼은 해리포터에서 마법 사용을 비판하는 입장에 맞서 “여기서 사용되는 상상력과 신화, 마법은 인생 및 인생의 변천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가 사용하는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교황은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취했지만 교황청은 과거 어린이들에게 선과 악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시리즈를 승인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판타지’ 장르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켜
해리포터 열풍은 판타지 문학 및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해리포터의 인기에 힘입어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나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와 같은 판타지 문학이 할리우드에서 대거 블록버스터 영화화됐다. 20세기 중반 옥스퍼드 대학을 중심으로 톨킨과 루이스 등 기독교 가치관을 가진 작가들이 전개한 ‘기독교 낭만주의’라는 새로운 문학운동이 발굴돼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졌다.
판타지 장르는 그간 교계에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묘사하여 관객을 현혹시킨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왔다. 판타지 영화 혹은 문학이 청소년들에게 자칫 현실 도피나 허위의식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판타지 장르가 갖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조성을 통해 인간의 새로운 소망과 비전을 담는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 등과 같이 인간현실의 전형을 작가의 상상의 세계 속에서 재현하고 있는 작품들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인생의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