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과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등은 4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양심>이라는 개막연설을 시작으로 4일간의 아시아 실천신학자 초청포럼을 시작했다. 개막연설은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펴고 있는 강우일 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가 맡았으며, 이어진 응답연설에서는 해외 가톨릭 주교들이 강 주교에 대한 지지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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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이지수 기자 |
강 주교는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아시아에서의 미, 중, 일의 안보경쟁 현실에서 볼 때,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할 경우 제주는 평화로운 관광지에서 동북아의 새로운 군사적 긴장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또 “이는 막연한 추측이 아니다”며 “베트남 앞바다에서의 긴장, 센카쿠 열도에서의 중국과 일본의 갈등, 오키나와에서의 미국과 일본의 신경전 등의 정황을 있는 그대로 주시하면 당연히 귀결되는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60여 년 전 제주도에서 일어난 4.3사건 역시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하나의 이유라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국가 공권력에 의해 1만 명 이상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이 때문에 “많은 제주도민이 씻기지 않는 상처를 가슴 속에 지니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 섬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군사기지를 세우는 것은, 희생자들의 죽음을 무위로 돌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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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보 대주교 ⓒ이지수 기자 |
이어진 응답강연에서 아시아주교회의연합(FABC) 사회위원회(Office of Human Development) 의장 찰스 보(Charles Bo) 대주교는 “강 주교의 강연을 듣고 나니 당사자들의 고통이 더 깊게 다가오고, 여러분과 단결하고 싶어진다. 여러분이 제주에서 하는 모든 일은 아시아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엔리케 피가레도(Enrique Figaredo) 주교 역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이번 포럼은 <세계화의 도전과 아시아 신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7일까지 계속된다. 포럼에서는 인도, 캄보디아, 네팔, 미얀마,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10여개국의 신학자 20여 명이 참석해,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아시아신학이 나아갈 미래, 이주민 문제, 여성 문제, 종교간 대화 등을 주제로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