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끝나나‥종착역 향한 한미FTA

경제
발효시 GDP 5.66% 증대.일자리 35만개 창출 기대

공식 서명후 52개월간 우여곡절을 겪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종 처리가 서서히 임박해오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한미 FTA이행법안을 제출하면서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고 정부와 여당도 이달중 비준안 처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미 FTA가 예정대로 내년 1월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는 5.66% 늘고 연평균 5억달러 이상의 추가 무역수지 흑자가 예상돼 금융 및 재정위기로 어두운 미래에 다소 위안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위기에 발목잡힌 한국‥한ㆍ미 FTA 도움받나
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미국의 교역액은 작년 기준 902억달러에 달한다. 한때 세계 최대 교역국이었던 미국은 현재 5위 교역국으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총수출액이 498억달러(수출비중 10.7%)의 엄청난 시장이다.

수입은 404억달러(총수입액의 9.5%)로 94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로만 따지면 매년 수십억달러의 흑자를 내왔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컬러TV 등 한국산 8천628개 품목에 대한 관세가 사라진다. 대미 수출품목의 82%에 해당하며 수출액 기준으로는 85%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9천61개 품목(전체의 80.5%)의 관세를 철폐한다.

작년 12월에는 추가협상을 통해 모든 승용차를 대상으로 두 나라가 4년뒤 모든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미국은 관세 2.5%를 4년뒤 한꺼번에, 우리는 8%를 4%로 인하한뒤 4년뒤 한꺼번에 없애기로 했다.

한국개발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기관들은 지난달 `한ㆍ미 FTA 경제적 효과 재분석'을 통해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GDP는 5.66% 늘고 35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은 발효후 자동차와 전기전자 등 주력품을 중심으로 15년간 연평균 12억9천만달러, 수입은 7억1천만달러 늘어나 대미 무역수지가 5억7천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농수산업 부문의 향후 15년간 생산감소액은 농업 12조2천억원, 수산업 4천억원 등 12조7천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바빠지는 정부‥"재재협상은 없다"
이날 미 행정부의 법안제출 소식이 전해진뒤 정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공은 이미 국회로 넘어간 상태지만 국무총리와 통상교섭본부장은 언론 등과의 접촉을 확대하면서 한ㆍ미 FTA 발효 필요성을 확산시키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ㆍ미 FTA는 정치 이념과 정권을 초월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며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경제 성장의 기반 강화를 위해 매우 절실하다"면서 "미국의 비준 시기에 맞춰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ㆍ미 FTA가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외교통상부도 성명을 통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된 한ㆍ미 FTA 비준동의안도 여야 협조하에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내주중 미 의회가 한ㆍ미 FTA 이행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우리 국회의 비준안 처리가 11월, 12월로 넘어가면 촉박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재재협상을 포함한, '10+2안'에 대해선 "재재협상은 어렵다. 자동차 추가협상 부분 빼고 민주당 정부때 다 합의한 것이고 잘했다고 평가한 보고서도 있다"고 일축했다.

또다른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입법절차가 달라 미국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지만 우리는 추가 절차가 남아있다"면서 국회 계류중인 14개 부수법안의 조속한 처리도 함께 국회에 부탁했다.

◇전문가 "국회 처리 낙관속 효과 기대"
전문가들은 이달중 미국의 이행법안 처리를 낙관하면서 우리 국회도 상대적으로 압박을 받아 절차를 곧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법안을 제출했다는 것은 미국의 의견이 일치됐다는 의미"라면서 "중요한건 우리나라의 입장인데 우리나라 역시 어느정도 합의된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돌발 악재가 없는 한 미국은 이달 중에 내년 FTA 발효를 위한 법적 조건을 다 밟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먼저 나선 상황에서 우리 국회도 내년 발효를 위해 본회의 표결을 거쳐 발효에 따른 법적 절차를 마무리짓는 쪽으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ㆍ미 FTA발효에 따른 효과에 대해서는 기대감이 높았다.

서 연구위원은 "경기가 어려워서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시간을 두고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외국인 투자여건도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FTA 발효로 10년에 걸쳐 1%포인트의 성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FTA가 발효되면 한국은 중국, 일본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국은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로 한국을 테스트마켓(시험시장)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서 연구위원은 "축산ㆍ낙농쪽에서 피해가 있을 것인데 미국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지 않고 관세도 15년에 걸쳐 떨어져 생각만큼 피해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연구원은 "정부가 FTA발효후 피해산업을 단순히 지원하는게 아니라 기술이면 기술, 노동이면 노동 등 뒤처지는 기술력을 교육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지원방법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김형주 연구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이 충분치 않아 더 문제"라면서 "미국의 제조업이 우리 중소기업과 경쟁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대책이 부족한 면이 있다"며 보완책을 촉구했다.

#한미FTA #자유무역협정 #미국의회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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