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법에 따라 70세가 되니 은퇴하지만, 하나님의 일을 은퇴하는 건 아니잖아. 감사하게도 각 나라에서 집회 요청이 계속 들어와. 은퇴할 때가 되니 길을 여시는구나 싶고…. 지난 주에는 중국, 이번 주에는 성도교회, 계속 하나님이 인도해 주시네. 수영로교회 당회장은 내놓지만, 사역 자체는 계속 하는 거지.”
모두가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하는 이 때, 다음달 은퇴를 앞둔 정필도 목사(수영로교회)는 오히려 “지금처럼 복음 전하기 좋은 때가 없다”고 말했다. 말끝마다 “얼마나 감사한지”를 빼놓지 않는 정필도 목사는 부산 최대 교회인 수영로교회를 개척해 36년간 사역하다 오는 10월 12일 원로로 추대된다. 27일 만난 정 목사는 은퇴 이후 ‘제2기 사역’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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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도 목사는 최근 각 선교단체들의 필요를 돕는 ‘엘레브선교회’를 발족했다. 히브리어로 ‘하나님의 마음’이라는 뜻의 엘레브선교회는 우리나라가 선교사 파송 2위국이지만 선교사 관리나 케어 등에는 아직 취약해 여기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수영로교회는 지난 36년간 선교사 1500여명을 파송했다. ⓒ신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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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더 바빠지시겠다.
“주님 오실 때가 가까워지는데, 중국 같은 데는 13억이나 있잖아. 도시마다 집회를 해도 다 못하고 주님 오실 것 같아서……. 사실 생각만 했어. 그런데 몇 달 전에 종교부 장관이 차관을 보내 언제든지 집회를 해 달라는 거야. 세미나도 해 주고. 공식적으로 그 분들이 스케줄 짜놓은 대로 하는거지.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 난 생각만 했는데 이뤄져서. 지난 주 갔을 때도 차관 만났는데 1년 계획을 세워달라고 했어. 다른 데도 가야 하니까.
2주 전에는 캄보디아 종교국 장관이 와서 좀 도와 달래. 15개 교회를 정식으로 인가했는데 프놈펜에서 좀 만나자고. 11월에 가요. 야, 캄보디아 같은 나라에서 날 찾아오다니, 하나님이 보내주신 거지. 난 그분들 알지도 못하고 가보지도 않았는데 찾아오는 거야. 주님이 하시는 거 같아. 내 소원이 땅끝까지 복음 전하다 주님 오시면 주님 만나는 건데, 자꾸 다리를 놓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중국에서 특별히 목사님께 요청드린 이유가 있을까.
“정치를 안 하고 순수하게 목회만 했기 때문이지. 부산에서 성시화운동본부장 해서 초교파적으로 교회가 하나가 됐고…, 중국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거야. 교역자들에게 내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거지. 지하교회도 모아준다. 다 해 달래 나보고(웃음). 올해만 북경엘 3번 다녀왔어. 신학교, 교회 같은 데서 하루종일 집회하고 기도하고 세미나 하고…. 종교국 허락을 받아 교재를 만들어 나눠주면서 집회를 할까 생각해. 그리고 가능하면 집회한 거 세미나 한 거 인터넷에 올려서 통역이 돼 있으니 전국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어떤 사람들은 의심해. 정필도 목사가 중국에 이용당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이용당하건 말건 하나님이 기회 주셔서 복음 전하는 건데 뭐. 은혜 받고 얼마나 좋아? 중국에 가면 내가 조심하지. 사람도 잘 안 만나고 놀러도 안 다니고 집회만 하고 와.”
-정치를 하고 싶진 않으셨나.
“시간이 없어(웃음). 난 할 줄도 모르고 감당할 힘도 없어. 능력도 없어. 총회장 되고 해도 도움을 줄 수가 없어. 내가 뭘 알아야지. 사회를 볼 줄도 모르고, 법을 잘 알지도 못하고. 그저 나는 말씀 전하고 조용히 기도하고 그러는 거야.”
-고향인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목회를 시작하셨는데.
“서울 창신동에서 태어나서 창신초등학교 다니고, 6학년 때부터 창신교회를 다녔어. 서울밖에 몰랐지. 그러다 공군에 군목으로 갔는데 부산에서 2년 근무했어. 제대하는데 초량교회 장로님이 예배당을 지어주겠다고 개척을 하자는 거야. ‘순종하겠습니다’ 하고 개척했는데 축복해 주셔서 교회가 급성장했어. 36년이 지났는데 시작부터 주님이 말씀하시고 보여주시고, 수천명이 모이는 걸 보여주셨어. 이 양떼들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냐는 말씀이 계속 들려서 ‘순종하겠습니다’ 했는데 참, 신실하신 하나님이 말씀대로, 보여주신대로 이뤄지게 하셨지. 너무 감사해요.
-서울에서 목회하고 싶지 않으셨나. 목사님에게 ‘부산’이란.
“그때 내 마음은 어디든지 가라면 가겠다는 마음이었어. 아프리카도, 울릉도라도 가라면 가겠습니다. 말씀만 하옵소서, 그런 기도를 했거든. 그때 서울 다섯 군데서 청빙이 들어왔어. 한 군데서 오라면 좋은데, 다섯 군데서 오라니까 기도했는데 말씀이 없으셔. 그래서 먼저 전화 오거나 찾아오는 곳 있으면 무조건 가겠다고 했는데 부산에서 찾아오신 거야. 하나님 앞에 한 주간 기도했어. 부산에서 군목 2년에 우리 교회 36년까지, 38년이 넘었어. 이제 부산 사람 다 됐어(웃음).
-초창기 얘기 좀 들려 달라.
“예배당을 지어주셨는데 로터리니까 교통이 좋잖아. 사람들이 어찌나 몰려들던지 금방 찼어. 그런데 교인들이 별별 사람이 다 있는거야. 가정도 형편없고 신앙도 형편없고, 그러니까 내가 날마다 그냥 부르짖는 거야. ‘내 영혼을 불러가 주시든지 그 인간을 거둬가 주시든지’ 하면서 밤새도록 부르짖고 그랬다고(웃음).
그렇게 기도하다 보니 불을 받고 주님의 음성을 듣고 은혜 충만해 지니까 교인들도 은혜를 받고 변화되는 거야. 그러면서 하나님이 나를 성장케 하시면서 교회가 성장하는데, 교인들 하나하나가 다 변하는 거야. 지금도 많이들 살아 계시는데 다 변했어. 너무너무 착하고 온순하고 순종 잘 하고….
그 변화된 모습을 보면 너무 예뻐. 교인들이 너무 예뻐. 설교하다가도 내려가서 안아주고 싶다니까. 미쳤다 그럴까봐 못하지만 말이야. 교인들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예뻐. 우리 교인들이 아주 헌신적이고 너무 좋아. 36년 동안 땅도 많이 사고 건물도 많이 지었는데 한 번도 작정헌금을 해본 적이 없어. 억지로 하지 말라고, 부담을 안 주는 거야. 그래도 항상 넘치는 거야. 그런 교회가 어디 있겠어? 성도들 마음에 은혜 주시고 감동 주셔서 자발적으로, 내 눈에 보면 하나하나가 다 보배들이야. 얼마나 감사한지.”
-그래도 교회가 성장하면 교인들 하나하나를 살피기는 어려울텐데.
“교인들 전체가 다 하나님의 양들이고, 내게 맡겨주신 양들이니까. 내가 그 사람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문제가 아냐. 교인들 이름 다 모르지. 교역자가 120명인데 그들 이름도 다 몰라. 하지만 내가 할 일은 그들을 사랑하는 거야. 설교를 해도, 기도를 해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목회를 그 마음으로 하니까 나도 행복하고 교인들도 행복한 거야. 교회는 행복해야 부흥하는 거야. 목회자가 불행하면 교회는 불행해져. 목회자가 마음이 편치 않고 걱정이 많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 교회는 틀린 거야. 목회자가 행복해야 돼. 교회에 들어가기만 해도 행복하고, 성도들 만나는 게 행복하고, 예배가 행복하고 설교가 행복하고. 그러면 부흥하는 거야.”
-목사님도, 최홍준 목사님도 은퇴하시는데 이후 부산 교계가 걱정되지 않으시나.
“우리 세대보다 후배 세대들이 훨씬 나아. 신학교 공부도 더 많이 했고, 목회 자료도 많고 여건도 좋아서 우리 성장할 때보다 좋단 말이야. 후계자들이 성령 충만함을 받고 능력을 받고 기도의 불을 받고 나아가면 내가 볼 때는 교회가 더 커질 거 같아. 처음에는 조금 부족해 보여도, 내가 볼때는 그건 조금만 지나면 돼. 더 성장하리라 믿는다. 나는 그렇게 봐요.
우리 교회도 이규현 목사가 오는데 나보다 설교도 잘 하고 목회도 더 잘해. 그래서 교인들도 기뻐하고 기대하고 있어. 아주 좋아해. 이 목사는 어렸을 때부터 봐 왔고, 우리 교회 있을 때도 일을 잘 했고, 호주에서 제일 큰 교회에서 목회도 잘 했고 검증된 교역자니까.
그런데 요즘에는 부산에서 대형집회를 잘 안해. 2007년에는 막 뜨거웠는데. 매년 하라고 하는데도 안해. 돈도 걱정하지 말고 무조건 하라고 하는데 용기가 없나봐. 그건 좀 속상하지.”
-최근 한국교회에서 원로와 후임간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데 목사님은 은퇴 후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
“예수님 말씀대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쫓아가는 거 밖에는 없어요. 포기하는 거지. 권리 포기, 재산 포기, 다 내려놓는 수밖에 없다고 봐 나는. 그 길만이 해결하는 길이지. 내가 권리도 재산도 소유하려 하면 골치 아파. 마귀가 가만두질 않지. 들들 볶아(웃음). 나는 아예 다 내려놓은 거야 스스로. 편해요. 복음 전하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뭐가 필요해? 단순해야 돼. 사실 어려운 건데 그렇게 하기만 하면 편하고 좋아요. 자유하지 뭐.
아, 은퇴하면 시간이 많으니까 교인들도 만나주고 그래야지. 나하고 악수한지 4년 됐다는 집사도 많아. 악수할 기회도 별로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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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목사는 원로-후임간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원로가) 권리도, 재산도 포기하고 다 내려놓는 길밖에 없다”며 “복음 전하고 선교하는 외에 다른 신경쓸 게 있나” 라고 반문했다. ⓒ신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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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기간 동안 꼭 이루고 싶었는데, 하는 아쉬운 일은 없나.
“이 나라 복음화야. 도시마다 성시화운동을 하든지 운동이 일어나서 도시마다 하겠다면 도와주고 싶어. 하여튼 주님 오시기 전에 전국의 도시마다 교회들이 연합해서 일어나게 하고 싶어. 선교도 하고. 한국에서는 집회를 하고, 이번에도 목요일에 대구에서 연합 집회가 있어. 다음 주에는 또 부산에서 1만명 이상 모이고. 전국적으로 이제 다 하려고 해. 이제는 주일에도 가고 아무 때나 갈 수 있으니까.
이 나라를 어떻게든 복음화해야 되는데 정말 속상해. 이걸 빨리 해야 되겠는데 이걸 못해서 속상해. 지금이 좋은 기회에요. 이렇게 복음 전하기 좋은 때가 어디 있겠어? 그냥 보내기 너무 아까워. 우리나라 같은 복음 전하기 좋은 나라가 어딨어? 대부분의 나라들은 복음을 전하는 데 제한이 많아. 그래서 큰 집회는 할 수도 없어. 하지만 아직 한국은 하려고만 하면 할 수 있어. 기회 주셨을 때 해야지, 문 닫히면 곤란하다 이거야.”
-마지막으로, 언젠가 일생 마지막 설교를 전하셔야 한다면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가.
“하나님은 우리의 외모가 아니라 중심을 보시는데, 그 중심이 무엇이냐 하면 믿음을 보신다고.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한다 했는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믿음으로 살라. 그러니까 예배를 드려도, 헌금을 드려도, 봉사를 해도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까. 여기 기자도 마찬가지야. 기자 생활을 잘 하니 못 하니 막연하게 생각지 말고, 어떻게 하면 주님이 보실 때 정말 기뻐하시는 기자가 될까를 생각하라고. 그 마음만 가져도 하나님이 기뻐하셔. 그 마음이 예쁘기 때문에.
내가 축복받은 비결 중 하나가 그거야.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목회를 해 볼까, 뭘 하든지 그 마음 하나. 그 마음 갖고 모든 걸 맞춰 나가다 보니 하나님이 축복하시는 거야. 사실 그렇게 살지도 못하지만, 그렇게 바라보다 보니까. 또 아주 수지맞는 거야. 신앙생활도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까. 마음 바탕이 제일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