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12년 예산안 발표
(과천=연합뉴스) 류성걸 기획재정부 2차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2012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동연 예산실장, 류성걸 2차관, 구본진 재정업무관리관. 2011.9.27
|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낮춰 잡았지만 민간 경제연구소 등의 예측치보다 여전히 높아 '장밋빛 전망'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정운영계획의 수립과 예산 편성의 기본 전제가 되는 성장률 전망치를 낙관적으로 잡게 되면 향후 예상보다 세수가 덜 걷쳐 나라 살림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어 '시각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27일 발표한 '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4%대 중반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의 5.0% 내외에서 다소 낮아진 수치다.
이는 글로벌 재정위기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2010~2014년 계획 때의 전망치보다 낮아진 것이라고 재정부 측은 설명했다. 단,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 연구개발 투자,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부는 그러나 중기 국세수입을 전망할 때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5%로 명시했다. 5% 내외에서 비교했을 때 0.5%포인트가량 하향조정됐다.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짤 때는 5년간 계획이어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4%대 중반으로 결정했으나 세수를 추계할 때엔 정확한 숫자를 내야 하기에 내부적으로 4.5%로 확정했다는 게 재정부 측은 설명이다.
김동연 재정부 예산실장은 "구체적인 수치가 필요한 중기거시총량을 계산할 때 실질성장률 4.5%를 기준으로 했다"면서 "그러나 10월에 3분기 GDP가 나온 뒤 내년도 경제운용방향이 발표될 때 정확한 성장률 전망치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4% 중반 혹은 4.5%로 기존보다 낮췄음에도 여전히 국내 경제연구기관의 예측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 우려로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에서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유로 ▲주동력인 수출은 세계 경기 둔화로 증가세가 위축되고 ▲보조동력인 내수는 수출 둔화를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예비동력인 정부도 경기 부양 여력이 약화하고 재정 지출 확대가 어려운데다 물가상승 부담으로 금융완화 정책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LG경제연구원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6%로 잡았다. 역시 선진국 경기 둔화로 내구재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보면서 내구재 완성품과 관련 부품 등 우리 주력 제품의 세계교역이 둔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보다 높은 4.0%로 보고 있다. 내수 경기는 올해와 비슷하나 세계 경기 회복세의 약화로 인해 수출이 둔화되기 때문이라는 것.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4%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4.3%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에 대한 의구심은 국세수입이 예상대로 거칠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국세수입을 2010~2014년 계획에서 내년 204조2천억원으로 예상했지만 2011~2015년 계획에서는 205조9천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됐음에도 국세가 1조7천억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법인세나 소득세가 경제성장에 좌우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정부의 예상대로 세수가 늘어날지는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김동연 세제실장은 ""내년 이후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4% 중반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기본 생각"이라며 "IMF, ADB와 차이가 안 나는 현실적인 전망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