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현실성 있는 대북 사역 필요

선교
북한·통일
이지희 기자
북한 선교사 억류, 추방 배경은
북한에 억류 중이던 호주 선교사 존 쇼트 씨가 억류된 지 약 보름만에 석방돼 3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AP=뉴시스

북한이 5개월 째 억류 중인 침례교 선교사 김종욱 씨 기자회견을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가진데 이어 3일 억류 중이던 호주 선교사 존 쇼트(75)씨를 추방한 데 대해 "이 사건이 당장 대북 사역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교회가 이번 기회로 북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여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북한선교 전문가들이 주장했다.

이들은 또 북한 헌법에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제5장 제86조)는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종교 활동을 포함해 북한 체제 유지에 반대되는 집단과 행동은 처벌받는 상황을 이해하고,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선교 전략으로 통일 시대를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음전파 소식 지하교인들에겐 힘

모퉁이돌선교회 관계자는 "존 쇼트 씨는 고령이기도 하지만 북한 정부가 아무 조건 없이 석방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은 식량 등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2012년 11월 예수전도단 소속 선교사 케네스 배 씨를 비롯해 작년 10월 김정욱 선교사 등을 전략적으로 억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존 쇼트 씨가 북한에서 전도지를 몰래 뿌린 것은 북한 법을 위반한 것이고 우리 생각에도 무모해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복음전도를 철저히 제한하는 북한에서 외국인이 복음을 전하다 억류, 추방됐다는 기사가 처음으로 보도된 것은 현지 지하교인들에게는 위로와 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 총무 강철호 목사는 "말로만 순교 정신을 외치면서 평양을 방문해서는 아무 말도 못하는 일부 지도자들보다 목숨 걸고 복음을 전하려는 이들을 통해 북한 주민들도 전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제 유지를 위해 종교, 인권 탄압을 행하는 북한 당국과 북한 법이 문제이지 잘못된 그들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 현실 정확히 이해해야

익명을 요구한 북한선교 전문가는 "케네스 배 씨가 억류된 이후 경험 많은 북한선교단체들도 사역에 주의한다"며 "과거 공산권에서 빈틈을 노리는 사역을 생각한 것 같은데 현 북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개별 행동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퉁이돌선교회 관계자는 김정욱 씨 억류와 관련해 "북한 공작원이 의도적으로 접근해 북한 지하교회를 보여주겠다고 유인한 것으로 들었다"며 "조금만 더 생각하고, 분별력이 있었다면 외부인이 북한 지하교인들을 만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교회도 우리 입장에서 북한을 이해하고 접근하려고 하면 안 될 것"이라며 "복음적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는 북한 관련 보도들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근본적으로는 지금의 북한 체제가 변화돼 종교 자유가 실현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 위한 한국교회 준비 시급

익명을 요구한 북한선교 전문가는 "케네스 배 씨가 억류된 이후 경험 많은 북한선교단체들도 사역에 주의한다"며 "과거 공산권에서 빈틈을 노리는 사역을 생각한 것 같은데 현 북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개별 행동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북한선교 전문가도 "지금 북한에서는 한국 영상물 등을 통해 외부 소식을 많이 접하면서 북한 당국의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이는 굉장한 변화로 북한 체제 변화 및 통일 시대를 위한 한국교회의 구체적인 준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작년 12월 초 관광객으로 방북했다가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억류한 미국인 메릴 뉴먼 씨를 42일 만에 '사죄문'을 발표하게 한 뒤 추방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9년에는 기독교 선교 등을 목적으로 무단 입북한 혐의로 재미교포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씨를 억류한 후 사죄 기자회견을 거쳐 풀어줬다.

#존쇼트 #대북사역 #북한선교사억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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