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박 12일간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성지 순례 및 중보 기도여정을 잘 마쳤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지명과 사건등을 현장에서 조명하여 봄으로 성경에 대한 보다 풍성한 이해가 이루어진 뜻깊은 여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는 아주 다양한 분들이 성지 순례라는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한 마음으로 참여하였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우리 교단 여교역자 모임이 주관이 되었지만 실제적으로 남자 목사님들도 참여하였고, 우리 교회가 후원하는 요르단 선교사님, 튀니지 선교사님, 그리고 최근에 이스라엘로 파송 받은 이종은 선교사님도 참여하였습니다. 그런가하면 우리 교회 성도님들도 대거 참여하였습니다. 게다가 현지에서 가이드들이 동참하였습니다.
참 다양하였고 서로의 관점과 생각이 많이 달랐습니다. 어떤 분은 기도를 좋아하고, 어떤 분은 성서 연구를 좋아하고, 어떤 분은 성령의 인도하심을 강조하고, 어떤 분은 인간 편에서의 준비를 강조하고, 어떤 분은 이스라엘을 사랑하고, 어떤 분은 무슬림 구원에 인생을 걸고, 어떤 분은 찬양을 잘하고, 어떤 분은 설교를 잘하고, 어떤 분은 잘 챙겨주시고, 어떤 분은 짐을 잘 싸는 은사를 가지고 있고, 어떤 분은 사진을 잘 찍고, 어떤 분은 나눠 주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시종일관 제 머리 속에 떠오르는 성경말씀이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이 말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물론 저보다 인격이나 능력 면에서 탁월한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용납하기 어려운 성품을 가진 분들도 만납니다. 어떻게 그런 자들을 나보다 낫게 여기며 바라볼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이번 여행을 통하여 깨달은 사실은 모든 분들에게 내가 갖고 있지 않은 탁월한 장점들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잘 걷지 못합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어떠한 산길에도 날아가듯 잘 걷습니다. 그 점은 저보다 진정 탁월합니다. 저는 남을 잘 챙겨주는 데 약합니다. 제 것도 잘 챙기지 못해 잘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런데 여러 성도님들이 이 점에 진정 탁월하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을 통하여 새롭게 발견하며 얼마나 존경스럽게 보였는지요. 제가 두고 온 전화기를 누군가 이미 챙겨둡니다. 제가 추워 목도리를 찾으면 벌써 어떤 분이 제 목에 따뜻한 스카프를 둘러줍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어떤 분이 챙겨주신 우비는 얼마나 고마웠던지요. 어떤 권사님은 아침저녁으로 차를 끓여 저를 포함한 여러 분들에게 공급하심도 보았습니다. 이번 여행을 위하여 여러 성도님들이 챙겨주신 갖가지 밑반찬, 간식 등 여행 내내 참으로 요긴하게 먹었습니다. 정말 이 모든 섬김에 저는 깊이 감동 받으며 진정 저보다 나은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서로가 가진 장점에 초점을 맞추고, 단점은 내가 보완해야 한다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우리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더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워질까요? 우리 교회가 이번에 예루살렘에서 기도의 집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건물이 정통 유대인들이 밀집해 모여 살고 있는 예루살렘 올드 시티 안에 있기에 이방인들이 운영하는 기도의 집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허용이 안 됩니다. 때문에 외형적으로 이 집은 LOVE 153으로 명명되는 유대인들과의 협력선교를 추구하는 선교 모임을 위한 선교센터로 사용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기도의 집은 안으로 기도하고 밖으로 유대인들을 구제하고 돕는 이중적 사명을 감당하게 될 예정입니다. 기도와 구제는 어찌 보면 다른 성격입니다. 그러나 둘 다 중요하지요. 그래서 서로 훌륭한 보완이 됩니다.
내게 없는 남의 장점을 귀하게 생각하며 서로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긴다면 기독교 연합이 훨씬 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많은 경우, 남들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으며 비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도 많이 하는 분들은 기도보다 연구에 집중하는 분들을 은근히 비난합니다. "저분들은 영성이 부족해..." 그런가하면 연구에 탁월한 분들은 기도를 강조하는 분들을 마찬가지로 판단합니다. "저 분들은 성경에 너무 무지해," 당연히 눈은 볼 수만 있지, 말하지 못합니다. 입으로 말을 하지만, 입은 당연히 볼 수가 없습니다. 눈은 잘 보지만 당연히 듣지 못합니다. 그런데 입에 말 못한다고 눈을 무시하고, 마찬가지로 듣지 못하는 눈을 귀가 비난한다면 얼마나 넌센스입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나를 능가하는 한 가지 이상의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한 가지로 인하여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오픈 마인드와 겸손함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길다면 긴 여정을 은혜가운데 마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