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칠곤 칼럼] 밥상 공동체

김칠곤 목사(크로스로드 한인교회)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한 그룹이 형성이 되는데 그것을 공동체라고 말한다. 이러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일반적으로 신앙공동체, 가정공동체, 사회공동체로 크게 분류를 한다. 그리고 공동체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틀이 지속적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하는데 그것은 '관계형성'즉 상호간의 신뢰를 유지하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서로 같은 '비전'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그래도 가장 오랫동안 관계형성을 이루는 공동체를 말한다면 그것은 누구나 말할 것 없는 가정공동체이다. 그 이유는 가정에는 사랑과 아픔 그리고 기쁨을 가정의 구성원과 함께 매일같이 나누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속에서 가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한 식구가 식탁에 모여 '밥상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아름다운 가정의 밥상 공동체가 시대와 문화의 변화에 따라 소중성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특별히 이민생활을 하는 이민자들의 대부분이 새벽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기에 가족이 한 자리에 앉아서 밥상공동체를 이루는 일은 더욱이 어렵다. 밥이 건강한 가정을 이루며 사랑을 이루는데 실체는 아니지만 밥을 통해 공동체를 즐겁게 교제 하는데 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매개체임에 틀림이 없다.

밥이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은 가정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별히 한국교회들에게서 밥상 공동체는 예배만큼이나 소중히 여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인교회들은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런데 미국교회들은 한인교회와 다르게 틀별한 절기인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에만 파틀락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관례이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 젊은 이들이 이것까지도 원치 아니하는데 그 이유는 어릴때부터 공동체의 중요성을 모르고 자랐기에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삶에 익숙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 미국교회와 한국교회의 직원들과 교회사용을 위한 시간을 조정하는 만남을 갖는데 부활절에 교회들간에 교제를 위해 식사를 함께 하면 어떨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한 두 명의 젊은 사역자들이 부활절에 '밥상 공동체'를 해야하는 당위성을 미국교회 담임목사에게 물은 적이 있다. "식사를 하면 서로에게 무슨 유익이 있는가?", "각자 자기 시간들을 가지려고 하기에 부활절에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정말로 의미가 있는가?", "부활절 날 식사하는 전통을 앞으로 계속적으로 할 것인가?", " 부활절날 식사를 하는 것이 필요(need)해서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오래전부터 해온 것이기에 해야(have to)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이말을 들은 미국교회 담임목사님이 교인들간의 친교를 하는데 있어서 그것에 대한 타당성을 언급을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을 했다. 이러한 대화속에서 필자는 우리 한인교회는 평상시에 하던대로 식사를 하기에 부활절날 연합으로 식사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식사문제가 해결되지 아니하는 대화가 지속되는 것은 아무도 희생하려하지 않기에 일어나는 것이다.

밥상 공동체가 교회공동체에서 지속되기 어려운 이유는 나 자신의 주장이 너무나 뚜렷한 것인데 그것은 곧 나의 자아가 강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인교회 공동체속에서 밥상을 통한 사랑의 교제를 나누는 것은 각자 성도들간에 자신들이 희생하려고 하는 아름다운 정신이 아직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밥상의 김치에서 한번 찾아 보았다. 김치는 밥과 함께 밥상에 매일 올라오는 것이기에 흔한 것이지만 김치는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김치를 담기 위해서는 최소한 10-12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배추가 김치로 변하기 위해서는 김치를 담는 사람이 해야 할일이 너무나 많다. 그것은 김치를 4-10시간 정도로 소금에 저려야 한다. 적당한 소금을 배추에 넣어 저려야 하는데 그 소금의 양과 시간의 배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면 김치의 맛을 내는데 있어서 문제가 된다.

만일 김치를 저릴때 소금을 넣고 오랫동안 저리게 되면 김치가 질겨지고 먹을 때 짜다못해 쓴 성분으로 바뀌어 그것을 먹는 사람의 얼굴을 찌뿌리게 할뿐 아니라 성격이 급한 사람 같으면 기분이 나쁜 표현을 쉽게 표출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배추가 저려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김치를 담으면 김치에서 풋내가 나거나 물이 생겨 전혀 맛을 느낄 수 없게된다. 적당하게 배추가 소금에 저려지지 아니한 김치는 김치찌게를 만들어도 전혀 맛이 나지 아니한다. 김치를 정성스럽게 만드는 어머니들을 보면 사랑하는 마음과 헌신의 마음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 교회에서 밥상공동체를 이야기 하면 신이 날 뿐 아니라 가정에서나 교회에서나 누군가를 섬기는 일에 즐거움으로 감당한다.

사랑과 헌신에 의한 밥상공동체라면 성격이 다르고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삶을 살고 있다 할지라도 모두가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교회안에서 어느 때에나 친교를 하는 것이 그리 큰 문제가 안될 것인데 교회안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당위성에 관해 미국 사역자들이 논쟁을 했다는 것에 마음이 약간 아팠다. 누군가 조금만 헌신을 한다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밥상공동체는 얼마든지 인종을 초월하여 가능한 것이다.

크로스로드 한인교회에서는 미국교회와 한인교회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시간 오전 10시에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예배를 마치는 시간이 한인교회가 조금은 일찍 끝이 나는데 그 이유는 한인교회는 예배후에 점식식사가 있으며 미국교인들 중에 예배후에 식사가 준비 되어 있으면 누구든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 이다.

밥상을 준비한 한인교회 교인들은 자연스럽게 먼저 식사를 시작하고 식사도중에 미국교인 어느 누구든 함께 식사를 하려고 하면 그들을 기쁨으로 환영을 한다. 그리고 김치의 맛을 아는 미국교인들은 김치가 맛이 있으면 밥을 더 먹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 김치가 없으면 김치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김치가 발효되어 적당히 숙성하면 맛이 있기에 밥만 있으면 김치하고 식사를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이전부터 알고 있지만 김치를 즐겨하는 미국교인들을 보면서도 다시금 알게 되었다.

밥상공동체가 주는 유익은 교회안에서 클 뿐 아니라 함께 식사를 통해 교제를 나누는 것은 어느 문화에서나 참으로 가치있는 일이다. 더욱이 교회 안에서 밥을 꼭 먹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의 당위성을 가지고 논쟁한다면 이미 그 공동체 안에는 사랑이 식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공동체라면 필자는 건강한 공동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어느 공동체나 완전한 공동체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건강한 공동체는 얼마든지 형성해 갈수 있다. 가정의 공동체가 건강하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것은 다른 공동체와 다르게 밥상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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