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과 관련해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표준특허의 침해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돼 무혐의 처리했다"고 26일 밝혔다.
애플은 2012년 4월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삼성이 자사를 상대로 표준특허에 대한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해 사업활동을 방해했다"며 삼성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번 사건은 애플이 2011년 4월 미국에서 삼성을 상대로 디자인 및 비표준 특허에 관한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은 애플을 상대로 제3세대(3G) 이동통신 기술 관련, 표준특허 침해금지 소송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애플은 3G 이동통신 기술에 대한 표준특허권자인 삼성이 부당하게 소송을 제기해 프랜드(FRAND)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랜드 원칙에 따라 표준기술로 지정된 특허는 차별 없이 일정비용을 받고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
따라서 표준특허권자인 삼성전자와 잠재적 이용자인 애플이 특허 사용 협상에 성실하게 임했는지 여부가 이번 사건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법원은 삼성의 청구권을 인정한 반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표준특허권자의 금지청구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로 보고, 현재 동의의결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애플이 특허 사용 허락을 받기 위해 협상에 성실히 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애플이 협상 진행 중 먼저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협상 분위기를 특허 분쟁 국면으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또 애플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동의의결 절차를 진행하는 등 상황이 자사에 유리하게 진행되자 삼성 측에 낮은 특허 사용료를 제안하는 등 성실히 협상에 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애플은 소송 종결 시까지 삼성 측에 어떤 비용도 지불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였다는 점에서 협상을 하지 않거나 실시료 지급을 지연·회피하는 역 특허억류의 전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삼성전자는 금지청구소송 제기 전후로 다양한 실시조건들을 애플에 제안했고, 애플 측 제안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협상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향후 법원 판결을 통해 애플의 제품이 특허침해를 이유로 판매가 중단되더라도 이는 특허권자의 정당한 권리행사의 결과이며 사업활동 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김재중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결정은 표준특허권자의 침해금지 청구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최초의 사례"라며 "앞으로 기업들의 특허권 남용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