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가 지난 4일 취임한 김윤철(65)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 임명 취소를 요구하며 집단 반발하는 가운데 한국연극협회가 집단 행동을 결의해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한국연극협회(이사장 윤봉구)는 24일 오후 1시 이사회를 열어 김 감독 임명 철회 등을 주장하며 집단 행동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전국에서 모인 대의원 120여 명은 이어 열린 대의원 총회에서 이 같은 결의를 추인했다.
한국연극협회 정재호 사무총장은 "한국연극협회 최고 의결회의인 총회에서 결정된 사안인 만큼 전 연극인의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면서 "조만간 성명서 발표·단체 결의 행동 날짜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극이 없는 날' 제정,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의 집회 개최 등을 고려 중이다.
이들은 ▲ 국립극단 예술 감독 임명 철회 ▲ 향후 인사 과정 등에 있어 현장 예술가가 포함된 소통 기구 구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한국연극협회를 비롯해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한국연극배우협회, 서울연극협회 등 연극계 단체들은 연극 평론가인 김 예술 감독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 4일 '국립 극단 예술감독 임명에 대한 연극인의 입장'을 냈다.
이들은 임명 직후부터 김 감독이 제작 경험이 없는 평론가 출신이라는 점, 이 과정에서 임명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현장 예술가들에게 어떠한 의견도 청취하지 않았다는 점 등에 대해 비판을 제기해왔다.
한국연극협회 관계자는 "김윤철 원장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와 상관없이 연극계는 이번 인사에 대해 불안과 우려의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 극단 예술 감독 제도가 시작된 이후 지금껏 현장의 예술가가 계속 예술 감독을 했다"며 "평론가를 예술 감독으로 선임하려면 그러한 상식을 변경할 만한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예술 감독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장, 한·일 연극교류협의회 초대 회장 등을 지냈다.
한국연극협회 관계자는 "문학적으로는 평론가를 예술가로 인정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공연 예술 분야에서는 제작 경험이 없는 평론가를 예술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연극 단체 수장들과 원로들은 지난 19일 문체부 실무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연출가, 배우 등을 중심으로 국립 극단 작품 참여를 '보이콧'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전한 바 있다.
문체부는 "인사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향후 현장 예술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철 예술 감독은 최근 열린 취임 간담회에서 연극계의 비판을 의식한 듯 "40년간 평론을 해오면서 공정하게 비판적으로 관찰을 해왔다. 그런 시각으로 국립 극단을 운영할 거다. 평론가로서 극단을 움직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계의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연극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평론가와 예술가, 작가 등 현장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경청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모든 제안과 비판을 개방적으로 수용해서 최종적인 책임은 내가 지고 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