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감동의 금메달

김병태 성천교회 담임목사

"4년 뒤 평창에서 만나요!"

드디어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17일간 동계올림픽 대장정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 감동의 눈물이 있었고, 속상함의 눈물도 있었다. 이를 악무는 고통의 질주도 아름다웠다. 오늘을 위해 몇 년간 피눈물을 흘렸던 선수들의 값진 수고도 돋보였다.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그들에게도 동일한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톱10 진입을 목표로 했지만, 그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4년 동안 흘렸던 선수들의 피눈물은 여전히 값진 것이었다.

"금메달! 금메달! 잘했다. 멋져!"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우리 교역자들은 힘차게 외쳤다. 2014년 교역자 수련회를 갔다. 거기서 소치에서 벌어진 2014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을 보고 있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아~", "와~".

모든 교역자들이 함께 응원했다. 누구 하나 딴눈을 팔 수가 없었다. 목소리는 높아졌다. 운동을 벌이는 선수들에게서 우리는 하나로 일치됨을 경험할 수 있었다.

동계올림픽 3회 연속 톱10 진입! 선수들이 품고 있는 희망이다. 그러나 순위는 자꾸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얼마나 목이 말랐던가? 러시아 소치에서의 금메달이. 너무나 목말라하던 한국 쇼트트랙 금메달이 드디어 탄생하는 순간이다. 승리의 단상에 올라서 두 손을 번쩍 들고 감격의 눈물을 쏟는 선수들. 그 감격. 그 행복. 매우 장했던 선수들이다.

조해리, 김아랑, 박승희, 심석희가 출전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첫번째 주자로 나선 박승희, 한 차례 부정출발을 범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두번째 출발과 함께 박승희는 선두로 치고 나왔다.

그러나 1등 출발의 기쁨은 이내 사그라졌다. 뒤따라오던 중국이 추월한 것이다. 왔다갔다 1, 2등이 번복되었다. 중국이 앞지를 때마다 우리는 외쳤다. "아~." 다행히 우리 선수는 다시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와~." 외치자고 입을 맞추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린 일치된 탄성을 질렀다. 캐나다에 뒤처져 3위로 뒤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야말로 가슴이 죄고, 주먹이 꽉 쥐어지고, 다리에 힘이 주어진다.

드디어 세 바퀴를 남기는 순간, 우리 선수들은 1위 자리를 중국에게 빼앗겼다. 심석희 선수가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이제 마지막 두 바퀴. 심석희 선수는 이를 악물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젖 먹던 힘까지 온 힘을 쏟아부어 질주했다. 점점 중국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냥 앉아 있을 수 없는 순간이다.

이제 결승점을 반 바퀴 앞둔 지점. 심석희는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부었다. 드디어 이를 악문 심석희가 중국을 앞질러 결승점을 통과했다.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다. 관중들은 일어서서 환호성을 외쳤다. 우리도 두 손이 달아오를 정도로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짜릿한 역전승 때문에.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선 애석하게 금메달을 놓쳤다.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한 것이다. 중국이 금메달을 갖고 갔다. 예기치 못한 악몽에 모두가 눈물을 쏟았었다. 그런데 이번 소치에서 추격하는 중국을 꺾고 당당하게 정상을 되찾아 자존심을 세웠다. 그러니 얼마나 통쾌한 승리인가?

박승희 선수는 부상을 입은 몸이다. 무릎 부상을 입은 몸이기 때문에 1500m 경기를 기권했다. 1500m 경기를 포기하면서 승부수를 던진 경기이기에 그는 투혼을 불살랐다. 지난번 밴쿠버 올림픽에서의 치욕을 회복하기 위해서.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결국 해냈다. 승리를 향한 몸부림. 웃음을 위한 적당한 포기. 결국 그는 웃었다. 아니 울었다. 참으로 감격스러워서.

쇼트트랙 1500m 심석희의 은메달, 500m 박승희의 동메달. 우리 선수들은 도저히 거기서 머물 수 없었다. 드디어 계주 경기에서 세번째 메달이 나왔다.

인생은 만회의 기쁨을 맛봐야 한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실망스럽다. 속상해 눈물이 쏟아진다. 그러나 거기서 주저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인생은 만회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세계랭킹 1위였던 심석희. 그러나 아쉽게도 며칠 전 1500m 경기에서 간발의 차로 금메달을 내주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도 귀한 것이지만, 인터뷰에서 그는 눈물로 울먹이며 말했다.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서 죄송한 마음도 있고, 내 자신으로서도 아쉬운 마음을 느낀다."

온 국민들은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 값진 메달이야. 잘 한 거야!" 그러나 그들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었다. 아쉬움의 눈물 때문인지, 심석희 선수는 3000m 계주 경기에서 이를 악물고 뛰었다. "아 끝났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런데 메달의 색깔은 바뀌었다. 은메달에서 금메달로.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도 활짝 웃지 못했던 그는 드디어 시상대에서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이들이 보여준 조직력은 훌륭했다. 네 선수들의 멋진 호흡 맞추기. 박수를 받기에 손색이 없었다. 경쟁시대에 뒤로 밀리기 쉬운 호흡 맞추기. 그런데 인생에는 무엇보다 호흡 맞추기가 너무 중요하다. 콤비네이션이 중요하다.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때로는 잘난 사람 때문에, 때로는 못난 사람 때문에 호흡이 깨어진다. 갈등이 일어나고, 분열이 생기고 다툼이 시작된다. 그래서 공동체마다 아픔과 상처의 몸부림이 일고 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노력해야 한다. 호흡 맞추기를!

인생에 방심은 금물이다. 한순간의 방심이 인생을 추락시킨다. 3바퀴를 남긴 순간,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런데 아찔했다. 중국에게 끈질긴 추격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 하는 순간, 박승희 선수는 중국에 선두를 내줬다. 비통한 순간이다. 무릎 부상으로 컨디션도 좋지 않은 채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그러나 그런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인생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에 뒤처진 상태에서 심석희 선수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제 금메달을 놓치는가 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심석희 선수는 두 바퀴를 앞두고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를 악물었다.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부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레이스를 펼친 끝에 결국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이 결국 통쾌한 역전승을 일구어냈다.

2014년 어려운 환경들이 둘러있다. 최근 이집트에서 일어난 관광버스 폭탄 테러 사건으로 마음이 착잡하다. 더구나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로 벌어진 부산외대 학생들의 참사는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든다. 이런 와중에 들린 통쾌한 승리의 소식. 이런 통쾌한 소식이 2014년, 슬픔과 고통으로 신음하는 우리 모두에게 또 다시 들리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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