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성공회 내에 동성애와 관련한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미국성공회 수장인 캐서린 제퍼츠 셔리(Katharine Jefferts Schori) 수좌주교는 위스콘신 주의 성공회-가톨릭 신학교 나쇼타 하우스(Nashotah House)를 에드워드 샐먼 학장의 초대로 오는 5월 1일 방문해 채플에서 설교를 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소식을 접하게 된 이 학교 이사진들이 셔리 주교의 방문에 격렬히 항의하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중 한 명은 사임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텍사스 주 포트워스 교구의 잭 아이커 주교는 "나는 셔리 주교를 영예로운 자리에 초청하는 기관과는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며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같은 극단적 반응은 셔리 주교를 위시한 미국성공회 지도부와 교단 내 보수 지도자들 간의 동성애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다.
셔리 주교는 세계성공회와 미국성공회 내 보수 지도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를 주교로 임명하고 사제들이 동성결혼식을 집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이에 반발해 일부 교회들은 신학적 차이를 지적하며 셔리 주교의 지도권 아래 있기를 거부하고 교단을 탈퇴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교회들은 미국성공회가 "성경의 권위로부터 멀어지고 전통적인 성공회 신앙을 저버렸다"며 실망을 드러내 왔다.
더불어 이들 교회들과 교단 간의 재산 분쟁 가운데 셔리 주교는 지난 수년간 법적 소송을 진행해 왔으며 이에 많은 보수 지도자들이 반감을 표해 왔다.
아이커 주교 역시 이 같은 미국성공회 지도부의 정책을 비판해 온 보수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셔리 주교의 방문 소식에 사임을 선언하는 것으로 자신의 항의를 명백히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이사로 같은 포트워스 교구에 소속된 윌리엄 원틀랜드 주교도 "앞으로 나쇼타 하우스에서 어떤 역할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학교측에 통보를 보냈다"며, "또한 학교측의 현재 임원진들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어떤 재정적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포고했다.
마찬가지로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는 북미성공회의 로버트 던컨 대주교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셔리 주교를 초대한 것은) 학교의 미래를 위협하는 비극적이고 지혜롭지 못한 결정이다"고까지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샐먼 학장은 이번 셔리 주교의 초청은 학생들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히고, "신학교는 교회의 소속보다는 신실한 사제들과 평신도들을 육성하는 본연의 사명에 충실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선대들이 그러했듯 그리스도와 그 분의 가르침에 신실한 신자이자 분열된 세상과 분열된 교회에 화해의 일꾼들이 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셔리 주교의 신학교 방문이 거센 항의에 부딪히는 다른 이유는 과거 주교가 한 비성서적 발언들에 있기도 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셔리 주교는 2006년 수좌주교에 임명됐을 당시 "우리의 어머니 예수께서 새로운 피조물에 생명을 주셨으며 여러분들과 내가 그 분의 자녀들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2009년 총회에서는 "가장 큰 서구의 이단적 사상은 우리가 개인으로서 구원 받을 수 있다는 것이고 우리들 중 누구라도 혼자서도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고 말하는가 하면 2013년에는 "바울이 귀신들린 노예 소녀를 고친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성공회 블로거인 새라 헤이는 이에 셔리 주교를 초대한 일을 두고 "이처럼 끔찍한 결정이 가져오게 될 영향으로부터 나쇼타 하우스가 과연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셔리 주교는 가장 이단적인 교사이자 사제이며 악의에 가득찬 소송 애호가"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