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인 22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19명의 새 추기경 서임식이 1시간15분간 거행됐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19명의 새 추기경들에게 진홍색 주케토와 비레타를 씌워주고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에 추기경 반지를 끼워줬다. 이어 추기경 서임과 더불어 로마 트레스테베레 성 크리솔로고 성당 명의 사제로 임명하는 칙서를 전달했다.
한국 순례단 500여명을 비롯해 각국 축하사절단과 신자 1만여명이 성 베드로 대성당과 성 베드로 광장 곳곳에서 새 추기경단을 축하했다. 예식에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참석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서임식 훈시를 통해 마르코 복음 10장 32절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앞에 서서 가고 있었다'는 구절을 언급하면서 "함께 주님 뒤에서 걷자"고 말했다.
교황은 "주님과 함께 걷는 것, 이것은 우리의 기쁨이다. 그러나 이 길은 십자가 고통의 길"이라며 "세속의 정신이 우선시 될 때 경쟁심과 질투심, 파벌이 생겨난다"고 강조했다. 또 "교회는 세상 곳곳의 고통에 대한 여러분의 연민이 필요하다. 평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주님께 평화와 화해를 청하자"고 주문했다.
예식은 새 추기경이 교황 앞에서 무릎을 꿇고 주케토와 비레타, 추기경 반지 및 칙서를 전달받을 때 절정에 달했다. 특히 이날 교황 프란치스코는 열두 번째로 호명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을 포옹한 후 1분여를 염 추기경에 더 할애하기도 했다.
염 추기경은 "당시 교황이 내게 '한국을 매우 사랑한다'라고 말씀했다. 깜짝 놀랐다"며 "나 역시 교황님께 '한국인들도 교황을 사랑하며 그런 마음으로 추기경으로서 교황을 도와 열심히 일하겠다'라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염 추기경은 하루 전인 21일 교황청 바오로 6세홀에서 열린 추기경회의에서 교황에게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전하며 이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2006년 2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정진석 추기경 서임식 때와 달리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진행된 이번 서임식은 매우 차분한 분위기에서 간소하게 진행됐다. 성당에 입장하지 못한 이들은 성 베드로 광장에 설치된 스크린을 보며 자국 추기경의 모습이 영상에 비칠 때마다 환호했다.
염 추기경 등 신임 추기경들은 오후 4시30분부터 바티칸 바오로 6세홀에서 교황청 인사와 순례객들의 축하 예방을 받았다. 염 추기경의 옆에는 지난 5일 주교 수품한 유경촌, 정순택 보좌주교가 서서 함께 손님을 맞았다. 염 추기경은 이날 홍콩, 필리핀 등의 추기경들과 로마 한인 신자들의 예방을 받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저녁에는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한국정부 대표단 축하 만찬에 참석했다. 정부 대표로 서임식에 참석한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비롯해 한승수 전 총리 등이 이 자리에 함께했다.
염 추기경은 23일 오전 10시 교황·새 추기경단 공동집전으로 '추기경 서임 축하 미사'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한다. 미사에는 한인 신자가 보편지향기도(개인이 아닌 교회 구성원 공통의 지향이 이뤄지기를 비는 기도, 통상적으로 신자들이 바쳐 '신자들의 기도'라고도 부른다)를 봉헌할 것으로 알려졌다.
염 추기경은 이어 예수회 총원장 아돌포 니콜라스 신부 초청으로 로마 예수회 총본원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염 추기경의 은사인 니콜라스 신부는 지난 1월15일 명동 염 추기경의 집무실을 방문해 추기경 서임을 축하한 바 있다. 오후 5시에는 교황청립 한국신학원에서 로마 한인들과 함께 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한인신자들이 마련한 축하공연과 만찬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