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이슬람에 의한 한국인 성지순례객에 대한 폭탄테러가 일어나 한국인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건은 창립 60주년을 맞는 지방의 모 교회가 의미 있는 일을 만들기 위해, 교인들 중심으로 성경적인 지명(地名)을 따라 여행한다는 목적이었다.
이곳이 소위 '쟈스민 혁명' 이후 치안이 혼란하다는 것 말고는, 수많은 사람들이 성지순례 코스로 꼽고 있는 곳이어서, 이곳을 비켜가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본다. 그리고 이슬람 테러리스트에 의하여, 여행객에게 폭탄을 터트리는 악마적 행위를 예상하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본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무고한 사람들에게조차 무차별 흉포한 살상(殺傷)테러를 가하는 이슬람의 행위에 대하여 비난하는 입장과 또 하나는 왜 이런 지역에 갔느냐는 비난의 목소리이다. 특히 '악플러'들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언어 테러를 퍼붓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쳐 가다가 폭탄테러 당했네. 다 뒤져서 하나님의 품으로 가버리지 아깝다' '왜 0발 여행위험국가에 쳐 가서 죽고 그러는데 0물교회0발것들부터 개독교들 세계구 민폐' '잘 하고 있다. 개독년놈들 보이는 족족 테러해라~ 참수도 하고.. ' '성지순례하려다가 주님에 품에 안겼으니까 천국행 고속열차 탄거 아니냐?...' 등 같은 국민이라고 볼 수 없는 악플들을 쏟아내고 있다.
같은 국민들 가운데 무고하게 희생과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 세력에 대한 비판보다는 희생을 당한 사람들에게 마치 철천지원수처럼 저주를 퍼붓는 말들은 토사물보다 저급하고, 비수보다 예리하여 아픔을 다시 후벼 파기에 이른다.
'악플러'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1차적으로는 언론들의 보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이 사건을 사이트들이 게시한 것은 20일 현재까지 8,500건이 넘으며, 언론에서 보도한 기사 건도 2,600건이 넘는다.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분석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비기독교인들의 한국교회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로 및 신뢰도를 살펴보면, 교회 책자와 홈페이지를 본 사람의 46.4%가 기독교에 신뢰도를 보인 반면, 인터넷과 SNS에서 정보를 접한 사람의 74.4%가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문•방송을 통해 정보를 접한 사람들의 53.6%도 불신을 하게 되었다.
즉, 기독교를 직접 접해 보지 않고 언론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은 사람들의 상당수가 기독교에 대하여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언론이 기독교에 대하여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실제와는 관계없이,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갖게 된다는 측면에서, 언론 보도는 대단히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언론들이 이 사건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보도한 것을 살펴보면, '일부 교회 위험 무시하고 순례객 모집' '종교적 열정에 위험지역 알면서도 선교•순례 강행' '또 안전 불감증이 자초한 폭탄테러 참사' '또 중동 테러로 한국인 희생...위험지역 여행 자제해야' '중동지역 성지순례 안전 논란' 등의 기사들이 눈에 띄는데, 이런 것들이 '악플러'들에게 상당히 부정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 가장 먼저 보도해야 할 것은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선량하고, 소박하게 여행 목적에 따라 나선 사람들을 무차별 테러하는 집단과 그 목적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들이 자극적인 표현으로 보도를 하는 것은, 살인자를 두둔하는 형태가 된다.
이는 EU(유럽연합)가 금번 이슬람의 폭탄테러를 강하게 비판한 것과 비교되는 것이다. 이 같은 언론의 태도는 사회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우며, 기독교를 비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비판까지 피해갈 수 없다.
이번에 이집트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그들이 어떤 종교를 가졌던, 어떤 사람들이든, 대한민국 국민이다. 또 그들은 성지순례 여행길에서 테러를 일으킨, 타종교에 자극을 줄 어떤 행위도 한 바 없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지나친 '악플'의 패악적 행태이다. 상황이 어떤 것이든, 우리 국민이 어떤 피해를 당했던지 간에, 저주와 악독한 말을 쏟아내는 것은 이슬람의 테러리스트 못지않은 인격살인과 사회적 건강성을 해치는 2차적 테러이며, 암적(暗的) 행위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도 거리가 멀고, 건전한 비판과도 상관없는 것이다. 이런 악플들에 대하여 국가기관은 물론, 포털사,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합의하여, 이 땅에서 근절되도록 하여야 한다. 한국교회도 이 문제에 대하여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되며, 근거 없이 악의적으로 기독교를 모독하고, 혐오하고, 그리고 당사자들에게 인격 살인과 종교 모독을 서슴지 않는 잘못된 행위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인터넷과 SNS 공간이 더 이상 언어 오물의 배설구가 아니라, 건전한 의사소통의 통로가 되어야 함은 당연지사다. 아픔과 상처는 보듬어줄수록 빨리 아물지만, 악의적이고 고질적인 '악플' 활동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파괴함은 물론, 사회 병폐를 키우는 숙주 역할에 불과할 것이다.
언론의 왜곡된 보도, 이를 여과 없이 게재하는 포털사, 그 속에서 이유 없이 쏟아내는 '악플'들은 우리 사회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불신의 늪으로 끌어가는 '좀비'와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