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티 칼럼] 장애자에 대한 배려에 대해

'엘리펀트 청년'을 만나고 나서
심현찬 목사(워싱턴 트리니티연구원 원장)

1. '엘리펀트 청년'을 만나다

오늘 내 개인적으론 '심리적인 충격'을 경험한 날이었다. 차량의 엔진을 교환하기 위해서, 서비스센터에 갔다. 차를 사고 첫 교환은 공짜이기 때문에 갔는데, 한 시간 후에 차에 문제가 있어서 고쳐야 한다고, 차를 렌트해줄테니 내일 아침에 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서비스센터의 라운지에서 기다리리고 있는 내게, 잠시 후에 이들이 준비해준 렌터카 회사에서 한 젊은이가 왔다. 이 젊은이가 렌터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내게 차를 건네주고 갔다.

매우 친절하고 적극적이고 착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단 한가지, 얼굴이 심하게 왜곡된 것 외에는. 말그대로 엘리펀트맨의 그 모습이다. 얼굴 상반 전체는 엘리펀트나 악어 가죽 같은 스킨을 하고 있고, 오직 그의 한눈과 친절한 표정만을 볼 수 있었다. 오래 전에 영화 '엘리펀트맨'에서 보았던 바로 그런 종류의 외모를 가진 청년이었다.

2. 초등학교 시절의 한 여학생 친구의 심한 가슴앓이를 생각하며

이 청년이 내준 차를 몰고 집으로 오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되었다. 그리고 문득, 한국에서의 오래 전에 벌써 기억에서 잊혀버렸던 초등학생 여학생에 대한 기억이 생각이 났다.

내겐 한국에서의 어린 시절 초등학교 시절에, 매우 친했던 동네 여학생이 있었다. 한 동네에 살기에, 그녀의 집에 자주 가곤했다. 아주 예쁘고 착하고 친절했고 스마트했던 학생이었다. 단지 한 손의 전체 손가락이 마치 오리의 물갈퀴처럼 다섯 손가락이 뭉쳐있었던 것 외에는.... 그래서 이 친구는 손를 내밀기를 주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우린 서로 헤어지게됐다. 오랜 후에 장성해서, 내가 우리 식구들에게 이 친구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았는데, 아마도 손 때문에 미국인가 캐나다인가에 수술한다느니 시집간다느니 하는 소문을 들었다는 것이다.

당시만해도, 한국에서 그녀의 손을 수술하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손이 그녀처럼 심한 장애가 있는 경우는 사실 사회적으로 많은 불편을 겪었던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엔 이런 생각을 막연히 했을 뿐, 심각하게 그녀의 고통을 잘 몰랐었다. 이제야 (너무도 늦게나마) 그녀를 생각해보니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편견과 태도 때문에 그 아름답던 청춘을 고생했을까.... 그리고 심지어 한국을 떠나 이국땅으로 갔을까 생각해본다.

3. 엘리펀트맨 청년을 만난 후 몇 가지 생각

1) 이 청년은 일을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렌터카에서 열심히 성실히 일하는 것을 내가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심리적으로 저도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을지는 나는 모르지만 분명히 있었으리라. 더우기 유색인종이었으니...)

2) 나같은 고객을 대할 때, 전혀 자신의 외모 때문에 주눅드는 것없이 당당했었다. (오히려 내가 겉으론 표현 못했어도, 내겐 심적으론 엄청난 충격이었다).

3) 나는 이 청년을 보면서, 다시 한번 미국에서의 장애인들에 대한 열린 마음을 목도하게 되었다. 물론 오랜 미국 생활에서 이미 수많은 크고 작은 비슷한 장애인에 대한 열린 태도와 행정 그리고 현실을 보았지만, 이번 경우는 내게 정말로 난생 처음으로 사람의 외모를 보고 충격을 경험했던 것이다 (물론 아직도 미국에서 사회적인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지만....).

4) 나는 그리스도인이자 목사로서, (이 청년이 그리스도인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 엘리펀트 청년도 우리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존귀한 자인 것'을 생각하면서, 아무런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5) 좀더 나아가서 나를 포함해서 우리 이민 교회와, 한국교계와 사회가 장애인들에 대한 진정한 배려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바라기는 특히 우리 주위의 장애우들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편견이 더욱 개선되길 기도한다.

6) 무엇보다도 오늘 내가 만난 '엘리펀트 청년'같은 사람들에게도, 말그대로 가슴으로 사랑하고, 품고, 아낌없고 무조건적인 친절과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나와 우리 교회 공동체가 되길 기도한다.

7) 마지막으로 다음 구절은 영화 '엘리펀트맨'의 실제 인물이었던 조셉 메릭의 시를 아이작 와츠가 정리한 것을 싣는다. 내용을 풀어서 정리하면, 자신의 보기흉한 외모를 탓하는 것은 바로 하나님을 탓하는 것이요, 인간은 외모가 아닌 인간 척도의 기준이 영혼으로 척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Tis true my form is something odd,
But blaming me is blaming God;
Could I create myself anew
I would not fail in pleasing you.

If I could reach from pole to pole
Or grasp the ocean with a span,
I would be measured by the soul;
The mind's the standard of the man.

-poem used by Joseph Merrick to end his letters, adapted from "False Greatness" by Isaac Wat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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