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동무③ 대화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홍순원 목사(천호동교회 담임)
홍순원 목사

머리의 생각에서 나와, 서로 나누는 말들 또한 침묵만큼 중요한 하나님의 말이다. 하나님도 아브라함과 얼마나 다정히 이야기 나누셨는가? 이 말을 '대화'라고 한다. 우리말로 '마주 이야기'라고 할까? 서로 나란히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마주 이야기는 평등을 전제한다. 우리 사회에 진정한 마주 이야기가 있을까?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성직자와 신자, 사장과 직원, 고참과 신병. 이 모든 우리 사회의 관계는 마주 이야기가 아닌 일방적인 이야기임을 전해준다.

강한 쪽이 일방적으로 하는 말은 폭력이다. 영혼에 상처를 준다. 일방적으로 말하는 존재 스스로도 병든 영혼이 되고 만다. 하나님의 말은 모든 관계에서 언제나 마주 이야기 형태를 보인다.

마주 이야기를 깊이 나누는 좋은 방법이 있다. 존 던(John Dunne)이라는 분은 대화를 "넘어가 봄"과 "되돌아 옴"의 과정이라고 했다. 종교 사회의 대화든 너와 나 사이의 대화든, 진정한 대화는 '나'를 떠나서 '너'가 되어보는 것이다. 너같이 생각해보고 생활해보는 것이다. 이럴 때만이 너를 참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다시 나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돌아온 나는 한층 성숙해져있다. 나의 개성을 더 깊고 풍요하게 만들어서, 너와 분명 다르면서도 너와 함께 동무 되어 사는 안목과 능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런 대화의 방법을 터득하면 서로의 다름은 더는 틀림이나 장벽이 아니라 하나님 세계의 풍요임을 깨닫게 된다.

남자와 여자는 같지 않다. 부모는 자녀와 같지 않다. 하나님은 피조물과 같지 않다. 그러나 마주 이야기를 통해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알게 된다. 침묵에서처럼 하나 되는 신비가 일어나는 것이다.

하나님의 "넘어가 봄"과 "되돌아 옴"이 바로 '성육신'의 신비다. 하나님이 자신을 내려놓으시고 가장 낮은 사람의 몸을 입어보셨다(빌 2:6~11). 그러자 하나님은 사람을 깊이 이해하게 되시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하나님과 사람의 마주 이야기이다.

출처: 월간 '새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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